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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xxsxoxun Jul 03. 2022

헤어질 결심, 마침내 漂亮[piào‧liang]

박찬욱 감독이 말하는 완성도

<헤어질 결심> 스틸컷



내가 처음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았던 건 박쥐(2009)다. 물론 그전 올드보이(2003)와 친절한 금자씨(2005)도 보았다만 그땐 초등학생이었고, 당시 비디오로 영화를 보던 시절이라 접하기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작품의 감독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외하면 감독의 연출에 빠졌던 건 박쥐부터다. 그때도 나름대로 공포가 섞인 로맨스로 기억하는데 김옥빈이 참으로 예뻤고, 팽팽한 몰입도에 흠뻑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완성도가 높다. 저명한 장인이 아주 오랜 시간 공들여 빚어낸 도자기 같은, 아주 고풍스러운 작품같다 분명 완곡한 선을 가지고 반들반들하게 잘 구워졌는데 그게 어딘지 모르게 날카로워서 베일 것 같다. 보고 또 보아도 그 시간의 온도와 조명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자꾸 어디선가 몰랐던 부분이 튀어나온다. 사실 글을 쓰기엔 정확히 기억나는 부분이 없다. 넋 놓고 감상하느라 전체를 신경 쓰지 못했다. 일부분만 집중하느라 한 번으로 만족하기 어려웠다. 가능하다면 재관람 의사도 있고 소장 욕구도 생겼다. 볼 때마다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고 해석하기 재미가 있을 것 같다.



<헤어질 결심> 스틸컷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그들의 <헤어질 결심>

<헤어질 결심> 시놉시스




이번 헤어질 결심도 마찬가지다. 극적인 컷 전환과 의도가 다분히 들어간 씬 하나하나가 감독만의 특유 미장센은 아가씨 때처럼 여전했다. 어떻게 이런 세계관을 구축해 갖가지 키워드를 부족함 없이 소화했을까? 영화는 단순히 스릴러 로맨스 장르라 정리했지만, 그 안에는 아주 다양한 소재가 녹아 있다. 감독한테 괜히 ‘배운 변태’라는 별명이 그냥 붙은 게 아니더라. 영화는 예쁘지 않은 것이 없어서 초마다 뜯어보기 좋다. 대놓고 예쁜 게 아니라 본연 자체로 예쁜 배경, 배우, 소품, 음악 등 낭비하는 필름 한 장 없이 의미를 담았다. 각본도 마찬가지다, 같은 의미도 품위와 유머가 겸비했다. 


예쁘고 기품있고 물리지도 않는 데다가 참신하니 2시간 18분이란 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팽팽했다 만조에 다다른 바닷가에서 다시 운동화를 신고 뛰어가는 박해일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정확히 끊어야 하는 시점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항상 느끼지만, 감독의 작품은 유독 꽂히는 단어들이 많다. 그 단어를 들으러 다시 가볼 생각이다. 못 챙긴 영화 포스터도 덤으로 챙기고.




<헤어질 결심> 스틸컷


마침내, 漂亮[piào‧liang]


모든 감성을 배제하고 나면, 아름다운 불륜으로 귀결될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영화관을 나서면서 결국 불륜이라는 거야? 라는 얘기도 들었다. 하필 한국말이 서툰 중국인 설정의 탕웨이와 완벽한 남편이자 경찰로서 자부심을 가진 박해일이 만나 사건 용의자와 담당 경찰과의 오묘한 수사 속에서 경찰에게 영원히 미결 사건으로 남게 된 용의자는 마침내 목표를 달성했고 정말 마지막까지 피아오량했다. 수사 기록으로 남겨둔 탕웨이의 사진을 이포로 이사 가며 박해일이 태웠을지 궁금했으나 극 중에선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경찰로서 붕괴한 자부심으로 인해 태우지 않았을까 싶다. 혹은 아무도 모르게 저 깊은 곳으로 숨겨뒀다던가.




붕괴, 부서지고 깨어짐


당신의 사랑은 시작과 동시에 끝나고, 나의 사랑은 시작됐어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한국말이 서툰 탕웨이는 문어체의 대사를 쓴다. 가끔 중국어로 말해 번역기를 틀어주는데, 번역기도 문어체로 말하니 영화에서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극 중 박해일도 묻는다. 내 심장이 갖고 싶었어요? 탕웨이는 당신 마음이 갖고 싶다는 말이었어요. 그러나 그와 만날 수 있는 길은 용의자와 경찰로서가 전부인 송서래씨(탕웨이)는 장해준(박해일)에게 영원한 미결 사건으로 남고자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부서진 해준은 구두를 신고 다녔다. 그리고 서래를 찾기 위해 운동화로 다시 고쳐 신은 해준은 다시 깨어났다. 오죽하면 이정현(해준의 와이프)이 자기는 살인과 폭력(사건) 없이는 살 수 없잖아. 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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