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살X까데호'의 <굿모닝 서울>(2022년)
2023년 10월 27일 [인천In] '음악가 이권형의 인천인가요' 기고
게걸스럽게 확장하는 도시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골목골목, 그리고 줄지어 이동하는 차와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일종의 광기가 이 도시를 움직이는 힘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루하루 자동차 엔진이 굴러가듯 정해진 길을 달리는가 싶다가도 조금만 방향을 틀면 또 다른 길에서 또 다른 관계를 마주칩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희열은 이 사람 저 사람, 이 길과 저 길이 서로 얽히고 가로지르며 각자 가능한 선택지의 일부가 되는 기하급수적인 복잡함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도시 역학의 복잡성은 커지면 커질수록 개개인이 쉽게 인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급기야 모호함이란 관념으로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선택의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면서 우리는 자신이 어디로 나아갈 것이며, 어떤 관계를 마주치게 될지 사실상 모르는 채로 움직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굿모닝 서울>을 듣고 있으면 복잡하다 못해 예측 불가의 모호한 가능성들에 둘러싸인 서울의 역학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상상하게 됩니다.
변덕스러운 유기체 같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움직임들은 “서울의 혈관들” 속 혈액의 흐름이 그렇듯 그 방향도 세기도 다양합니다. 건축은 “회색 빌딩 숲”을 이루었고, 지금 마주 보고 있는 이를 어디선가 마주치지 않았으리란 보장도 할 수 없습니다. 도시의 모호함 속에선 좋든 싫든 간에 각자의 출신마저 흐려지고, 그러다 “국경 없이 섞이”면서 역동적 산물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말하듯 뱉어내는 ‘넉살’의 랩과 그야말로 “출신 없는” ‘까데호’의 앙상블은 그래서 얽히고 가로지르는 도시의 모습을 경쾌하게 빼다 박은 유쾌한 은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렇듯 끊임없이 새로운 연결을 찾아 가로지르고 움직이며 조화를 이루는 유목민적 움직임은 광기 어린 도시의 역학 속에서 존재를 드러내는 꽤 멋진 방식 중 하나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굿모닝 서울>의 가사와 리듬은 그렇게 잡담을 늘어놓듯 흘러갑니다. 그리고 그래서 묵직한 화두를 가벼운 농담처럼 던져주는 미덕이 있습니다. “자신이 먹기 위해 아님 누군가를 먹이기 위해 뿜어내는 매연은 그저 해로운가”. 가령, 각자의 이유로, 각자의 방식으로 도시를 살아가며 의식하지 못한 채 생산되는 부산물들의 해로움 또한 이 모호함 속에 묻혀있다는 진실 같은 것들 말입니다. 도시의 모호함과 아늑한 복잡성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묻어두고 살아왔는가. 내가 의식 없이 입고, 먹으며 살아가는 치열함이 어떤 해로운 결과의 톱니바퀴로 작용하고 있진 않았는가 말이죠. 각자의 욕망과 “간절한 기도가 범람해서 넘치”는 도시의 세계에서 이러한 질문에 정답을 내놓긴 어려울 겁니다. 경쾌한 리듬 속에 끝내 “no comment”로 끝맺는 이 질문에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떠올리시겠습니까.
“Okay, 석탄 혹은 diamond
선택하라면, 난 불이 붙는 검은 돌
차가움보다 뜨거움을 목에 걸고 싶어
대형마트 보다 할머니가 하는 동네 슈퍼
래퍼의 길은 혹독해, Rolls Royce 유령 위에 올라
곡이 팔릴 때쯤 실체 없는 유명세에 놀라
난 그저 목동에 사고치는 목동 이었을 뿐인데
역시, 삶은 살기 전엔 몰라
숨을 들이켜 내 폐 속엔 도시의 먼지
그건 살기 위해 땅을 박찬 당신의 열기
자신이 먹기 위해 아님 누군가를 먹이기 위해
뿜어내는 매연은 그저 해로운가 no comment
코흘리개 국민학생 인천에서 서울로
재호 형만 빼곤 여기 출신 없는 까데호
별일 없으면, 참 다행인 여기
너도 먹고 살만 하다면, lucky
Good morning, Seoul
회색 빌딩 숲 그 사이를 거닐어
종로 이태원 우린 마주쳤을 지도 몰라 (good morning, Seoul)
회색 빌딩 숲 그 사이를 거닐어
홍대, 압구정, 어쩌면
야경 속에 십자가가 많은 도시
간절한 기도가 범람해서 넘치지
Korean dream, 모로 가도 여기로
남산 타워 올라가서 관광 온 듯 cheese
높은 빌딩 두 개 노포 옆에 신축
낭만과 현실 국경 없이 섞이는 중
난 이름 없는 이민자, 이곳에서 음악을 시작했지
그때 내 나이는 민짜 거리의 시인들
삥뜯기는 거리의 초짜
복잡한 고가 속에도 꿈을 좇아
서울의 혈관들이 나를 심장으로 데려갈지
궁금했던 꼬마는 대충 신도시엔 도착
내 코가 석자 그래도 안 베이고 달려있네
80년대 아버지는 애가 넷이나 딸려 있네
꿈이 다시 꿈으로 지킬 것 많은 여기
저 굴뚝은 서울의 담배 연기 (good morning, Seoul)
회색 빌딩 숲 그 사이를 거닐어
종로 이태원 우린 마주쳤을 지도 몰라 (good morning, Seoul)
회색 빌딩 숲 그 사이를 거닐어
홍대, 압구정, 어쩌면”
- ‘넉살X까데호’ <굿모닝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