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 듯 아닌 듯, 연합

느릿느릿, 기록3

by 목격하는지혜

JTBC 드라마 ‘라이프’(2018.07.23. ~ 2018.09.11.방영종료)는 삼국대병원을 둘러싸고 최종의 목표(병원 민영화)를 실현시키려는 화정그룹과 이를 막으려는 의사들 사이의 대립을 그린 이야기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장면은 화정그룹이 보낸 사장 구승효가 다른 의사들과 연합인 듯 아닌 듯 연합을 하는 장면이다.


화정그룹에서 유능한 위치를 선점하며 살아남아온 구승효는, 누구보다 대기업의 무서움을 알고 있다. 한 사람의 삶 정도 쉽게 망가뜨릴 수 있는 게 대기업이 지닌 권력임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선한 의지만을 가지고 함부로 덤비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한다.


‘생명(라이프)’이란 가치를 지키겠다는 선한 의지만을 가지고 대기업을 상대하려는 의사들에게 구승효가 가진 두려움은 꼭 필요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현실의 두려움을 미리 생각해보지 않은 도전은 무능한 실패와 무력감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서로 다른 색과 시선을 지닌 구승효와 의사들의 연합은 결국, 일시적이긴 하다만, 삼국대병원이 민영화되는 일을 저지하는 데 성공한다. 기업의 돈 벌이나 할 뻔한 병원이 본모습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민영화의 흐름은 또 다시 찾아오겠지만, 위기에 맞설 지혜와 힘을 어느 정도 배우고 얻은 의사들은 병원을 쉽게 내주지 않을 터다.


‘라이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사람과 사람의 연합에 대해 색다른(혹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모른 척 해왔던) 시선을 갖게 한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일 수 없음은 물론이고 그렇게 모였다가는 자칫 애꿎은 결말을 맞이할 위험이 크다. 그러니까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성향, 삶의 모습을 지닌 이들이 모여 부딪히고 화해하고 웃고 울고 하는 게 당연하며, 오히려 이러한 점이 공동체에 좋은 결말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


서로 안 맞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그러니까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다룰 거 다루고 고칠 거 고치며 좋은 것은 서로 나눠 가지면서 더욱 아름다운 성장을 이루어내 보라는 위에서 내려온 축복이다. 우리 서로 다른 모습의 사람들이 모인 이 연합체에, 그래서 혹여 다툼도 있고 불편함도 있을지 모를 이 공동체에, 감사의 시선을 던져봄은 어떠할지. 그제야 비로소 서로의 존재 자체가 위에서 내려온 축복임을 깨닫게 될지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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