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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댁 Nov 10. 2022

03. 귀찮지 않은 루틴은 없다.

그럼에도 루틴을 형성하는 방법

맞디 맞는 말이로다.

귀찮지 않은 루틴이란 건 세상에 없다. 다만 귀찮음을 이겨내고 루틴을 만들거나, 아니면 귀차니즘에 굴복한 채 영글지 못한 루틴만 남아있거나 둘 중 하나다. 괜히 루틴 만들기를 도와주는 어플이 여러 개 있고, 운동 코치 앱으로 춘추전국시대인 게 아니다.


나도 안 받아 본 어플이 없을 정도다. 대문자 ISFJ인 나는, 무얼 하든 계획이 우선인 사람이다. 그러니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루틴을 계획해왔다. 루티너리와 같은 전문 어플은 물론이요, 그나마 할 줄 아는 엑셀로 표를 만들어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본 적도 있다. 결과는?


말짱 꽝이다. 지금 내 스마트폰에 남은 어플은 네이버 캘린더 하나뿐이다. 수많은 계획들이 계획으로 남아있다 사라져 갔는데, 그 와중에 살아남은 몇몇 아이템은 내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습관화된 루틴일지라도 귀찮지 않은 것은 없다. 단 하나도. 단,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조금 더 붙어있을 뿐이다.




온갖 귀차니즘이 팽배한 가운데서도 루틴을 오롯이 유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 다른 하나는 수익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적어도 내 경험엔 이 두 가지가 적용되지 않은 루틴은 단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루틴에 강제성을 부여하기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수단은 역시 안 하면 X 되는 상황에 놓이는 것. 우리네 직장인 출근이 그러하다. 우리는 매일 하기 싫어 죽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일어나 한숨 푹푹 내쉬며 결국 출근하지 않는가. 항상 습관처럼 말이다. 왜? 안 하면 잘리니까. 잘리면 당장 다음 달 카드값이 걱정이니까.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에 놓임으로써 강제적으로 루틴을 만드는 거다.


비슷하지만 조금은 약한 상황도 있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재활용 분리수거가 그렇다. 우리 아파트 단지는 매주 화요일이 분리수거 날이다. 이 날을 놓치면 꼼짝없이 다음 주 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버릴 쓰레기가 적으면 모를까, 일주일만 더 지나도 비닐이며 플라스틱이 한가득이다. 냄새나는 게 싫어서라도 매주 꼬박꼬박 재활용을 버리러 나간다. 이건 내가 싫어서 만들어진 루틴이다. 그 누구도 이번 화요일에 분리수거 안 하면 회사를 자른다거나 집을 경매에 넘긴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내 개인적으로 냄새나는 쓰레기를 일주일 더 안고 가야 하는 것뿐이다.



루틴에 수익성을 불어넣기

이번엔 습관 형성을 위해 '돈'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상황은 앱테크. 대부분의 앱테크가 출석체크 이벤트를 진행한다. 매일매일 찾아와서 클릭하면 1점이든 얼마든 준다. 근데 어떤 표독스러운 앱테크는 맹점이 있다. 단 하루라도 빼먹으면 추첨 이벤트나 +a를 주지 않는다. 단 하루라도 빼먹으면 말이다. 단 하루라도 뺐다간 안 그래도 푼돈인데 더 못 모으게 돼버린다. 내 루틴이 잘 지켜질수록 내 수익이 유지되는, 수익성으로 유지하는 습관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이런 거에 강박이 있는 내게 출석체크 같은 루틴은 양날의 검이다. 어쩌다 하루 빼먹게 되면 그 이후로는 루틴이 무너졌다는 생각에 애써 쌓아 온 습관이 와르르 무너질 때가 있다. 몇 달 동안은 찾지도 않는다. 하루 정도 빼먹고도 쿨하게 다음 달에 잘하지 뭐! 하게 될 때까지 꽤 오래 걸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귀찮지 않은 루틴은 없다. 다 참고하는 거다.


스터디 오픈톡방이나 모임 중에 챌린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침 7시에 굿모닝 안 하면 벌금 천 원! 이런 식으로. 이런 것도 루틴을 만들기 위해 돈을 인질로 삼는 사례다. 한 달 가득 굿모닝을 잘 지키면 내가 낸 보증금은 돌려받는다. 거기에 더해 루틴을 지키지 못한 자의 벌금이 더해져 수익이 생긴다. 이런 모임이 우후죽순 생기고, 생각보다 잘 유지되는 이유가 있다. 돈을 걸었음에도 루틴 형성을 실패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 루틴 형성을 성공하여 수익을 챙긴다는 것. 돈을 걸어도 쉽게 만들기 어려운 게 루틴이요 습관이다.


결국 나의 의지

그렇다. 있어 보이게 써 지르고는 결국 하는 말이 여느 자기 계발서와 다를 바 없다. 근데 결국 나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거 다들 잘 알 거다. 강제성을 넣고 수익성을 넣고,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기획하고, 계획하는 모든 투닥거림들이 다 루틴을 어떻게든 만들려는 수작질에서 비롯된 거다.


내 곁을 스쳐간 수많은 루틴(계획)들 중에서 살아남은 것들은 앱테크 출석체크, 일기 쓰기, 출근길 지하철 타자마자 매일경제 읽기 정도다. 이 중 일부는 툭하면 까먹어서 네이버 캘린더로 알람 설정까지 해놓고 있다. 그래도 까먹을 때가 있다. 돈 쓴 게 아까워서, 시간이 아까워서 생긴 루틴은 신문 읽기다. 사실 졸려서 제대로 못 읽을 때도 있는데, 그래도 어플은 켜놓고 본다.


일기 쓰기와 신문 읽기는 오롯이 내 의지로 만들어 낸 습관이다. 5년 다이어리를 사서 올해로 2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쓰고 있다. 예전엔 하루하루 한가득 채워 쓰려고 힘을 잔뜩 줬는데, 이젠 쓸 말 없으면 비가 왔다. 이따구로 쓰고 넘길 때도 많다. 힘을 빼니까 부담이 없어서 오히려 루틴을 잘 지키게 된다. 신문 읽기는 아까 얘기한 대로 구독료와 출근길 시간이 아까워서.


결국 나의 의지다. 의지가 부족하다면 강제성을 셀프로 불어넣고, 돈 낭비가 너무너무너무 싫은 성격이라면 아예 챌린지에 돈을 박아놓고 시작하면 된다. 강제성, 수익성. 죄다 보조수단일 뿐이다.


지금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주제도 모르고' 매거진북을 연재하기로 다짐해놓고는, 벌써 귀찮아서 콧평수만 넓어진 자의 Self-Motivation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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