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장에 근무하고, 새로운 교회를 찾고 안정적인 삶에 접어든지도 1달이 되어간다. 크게 문제가 없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일상의 무료함이 느껴지는 시기가 되었다. 의대 수시 모집은 시작되었다. 정부는 물러설 생각이 없으며 전공의들도 2025년도 증원 백지화가 아니라면 돌아갈 생각이 없다. 이 일상이 적어도 내년 까지는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답답한 생각이 든다. 전공의 시절의 삶을 그리워하게 될지는 몰랐는데, 매 분 매 초가 아드레날린이 치솟던 그 생활이, 앞에 산더미 같이 쌓인 일들을 우선순위대로 헤쳐 나갔던 시간들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특히 성형외과 교과서를 공부할 때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 이런 환자들이 오면 내가 어떻게 진찰을 하고, 어떻게 처치를 했었지.' 이런 생각들. 지금처럼 기본적인 내용을 조금 더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불필요한 일들에 대해서는 반성하게 된다. 지금 근무 중인 전임의 선생님들과도 가끔 식사 약속을 잡게 되어 어떤 수술을 준비 중이신지 듣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원래 지금 4년차로 일하고 있었다면 수술방에서 어떻게 수술할지 배우고 또 직접할 수 있는 기회들도 있을텐데.' 라는 생각에 흐르는 시간이 아쉽기도 하다.
'갓핸드테루' 라는 만화를 통해 성형외과 의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된 이후, 중학교 때부터 성형외과 의사라는 꿈을 꾸게되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obsessive한 (강박적인) 성향의 분과라 자유로운 성향의 나와는 정말 맞지 않았지만, 정반대 성향의 일을 하게 되면서 습득한 여러 지식과 삶의 태도는 분명 있었다. 아마 일하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나의 여러 가지 특성들은 지금 일상적인 삶에서도 경제적으로나 사교적인 면으로나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여유로운 현재의 일상을 즐기는 것도 물론 좋지만, 권태로운 감각으로 인해 지금 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나를 좀 더 upgrade 시키고 싶은 욕구가 계속 생기는 것 같다. 매일 하고 있는 홈트의 프로그램을 조금 바꿔 본다거나 오전에는 홈트, 오후에는 달리기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운동 강도를 좀 더 높여 보고 싶다. 더불어 지금 매일 공부를 하고 있지만 정해진 양 없이 하고 싶을 때만 공부를 하고 있어서 몇 월까지는 교과서를 모두 한번 훝는다든지 같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최근 그동안 가지 못했던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여유가 있을 때는 혼자서도 공연을 보러 다니는데, 올해는 왠지 마음이 내키지가 않아서 친구와 장범준 콘서트를 한번 보러간 것 외에는 별다른 콘서트나 음악 페스티벌 구경을 가지 않았다. 일단 11월 개최 예정인, 작년에는 혼자 참석했던 음악 페스티벌에 누군가를 데려가고 싶어서 2장의 티켓을 끊었다. 누구와 가게될 지는 모르겠지만, 작년에는 혼자 갔더니 마지막 공연이 조금 춥게 느껴져서, 올해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가서 좀 달달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으면 좋겠다.
변하지 않는 일상에 답답함을 느끼기 보다 스스로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