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첫인상은 크다는 거다.
도시의 주요건물들은 파노라마 모드가 아니면 온전히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모스크바 곳곳에서 각종 동상 또한 쉽게 발견 할 수 있었는데, 이 역시 그 규모가 큼직큼직했다.
거대한 사이즈의 고전틱한 건물과 커다란 청동 동상들이 어울려 도시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 메시지는 도시에 소속된 사람들에게는 자긍심이 될 수 있겠지만, 이방인에게는 커다란 위압감을 줘 사람을 움추려 들게 한다.
특히 붉은 광장을 중심으로 배치된 이런 거대한 사이즈의 건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러시아라는 도시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든다.
우스운건 그 크기가 결코 작지 않은 '성바실리크 대성당'을 만나고 나서야 이런 초현실적인 감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거다.
물론 그 독특한 건축양식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 혼란에 빠져들지만 말이다.
특히 이렇게 주변의 성화를 보수하는 모습을 보면 이 곳이 엘리스가 방문한 이상한 나라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지구의 한 도시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렇게 현실감을 찾아 간다.
러시아의 상징은 역시 크렘린 궁이다. 그런데 붉은 광장에 오픈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크렘린은 의외로 거대한 벽으로 보호받고 있었고, 그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티켓팅을 해야만 했다.
문제는 그 길이 너무너무 길다는 거다.
그래도 모스크바까지 왔는데 크렘린은 봐야 하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귀차니즘이 그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벽을 따라 쭈욱 걸었다. 그 벽 밖에서 크렘린의 자투리나마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벽을 따라 걷다 보면 모스크바강을 만나게 되고, 그 끝에서 모스크바의 또 다른 상징 중 하나인 구제주 그리스도 대성당을 만나게 된다.
숙소로 가는 길에 만난 '러시아 동방정교회'의 사원이다.
동방정교회의 성격은 잘 모르지만 진한 청색과 하얀색을 조합을 보며, 나는 이슬람의 모스크를 떠올렸다. 그런데 첨탑의 끝에 달려있는 십자가를 보자니 그 낯설음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바로 호텔이었다.
마치 동화속의 다락방 같은 분위기의 이 방은 들어서자마자 '아~'하는 탄성을 자아냈다.
이 호텔의 백미는 침대에 누웠을 때 들어난다.
하늘을 향해 난 창이 한눈에 들어와 고요하게 흘러가는 구름을 감상 할 수 있고, 밤이면 별빛까지도 볼 수 있다.(별빛을 찍고 싶었지만 노출이 나오지 않아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긴 산책을 마치고 호텔 근처의 카페에서 카페인과 당을 충전하며 여유를 즐겼다.
그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여행이 끝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