랗랗랗랗

이문숙#아르코문학창작기금선정작

by 시인 이문숙

부러지지 않을

가지가 필요해


가느다랗

실파처럼 파랗


혼란의 가생이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점진적 동력의


배달 오토바이

배기음


속눈썹에 내려앉는

먼지 알갱이


하다못해 포슬한 귀지는

오늘 유일한

일상의 세목


언젠가 본 무장 단체

알카에다 쇼핑 목록에


금방 부서질 쿠키나 케이크

생리대가 들어 있다


폭탄이나 나사못 볼트

총알 아닌


개보수 중

두루미 공원 파헤쳐논 진흙


화단 경계목 넘어가면

끈질기게 달라붙는

눈잣나무 진액


랗으로 시작되는 단어는

있을까


복사뼈는 야위어

얇다랗


오늘이

좋거나 나쁘거나


어디에도 없는 총알

빠지직 부서진다


싸리비

점진적으로

긁어대는 공원


가느다랗

파랗 높다랗


실파 다듬는 중년 여자

휑하니 빈 머리


공원 아래 얕다랗

물은 흐를까


새끼 버들치 하나 없는

물에 부리 담그고


시시껍절

서 있던 새빨갛 머리

두루미야


오늘 하루가

지겹거나 아니거나


새로 생긴 우즈베키스탄 빵집

튀김만두 삼사 속

그들은 그들끼리 모여 살고


머리만한 빵

삽으로 꺼내는 진흙 화덕

아주 커다랗


랗으로 시작되는 단어는 왜

없을까


랗파 랗다커

랗다얕


나베카츠 전문

두루미 식당 이름으로만 남아있는


동그랗 목

두루미 대신


온종일 좋거나 나쁘거나

종알대는 오목눈이야


달라붙는 진흙 떼낼

눈잣나무 가지 하나 베어내주겠니


그 진흙으로

두루미 하나 빚어 주겠니

화덕에 넣어 구워 주겠니


그때는 쉬웠고

즐거웠고


뾰죽한 부리

물 휘저었고


여기저기 맑은 똥

굴러 다녔고


잔털 수북한 이마

그 새똥 바르면

이마 선 가지런해지던

옛여자 화장술


쫄깃하고 촉촉한

잘 익어 삭아빠진 은종

목소리 담은


곱다랗 파랗

드높다랗


화덕에서 구워진

두루미가 빵이거나

도자기이거나


당신이 평안하면

평안하면

오늘은 좋을 거예요


앞서가던 누군가

맑다랗 두루미

도자기 장식


백팩에 건 걸

보았다면


*두루미는 군집하여 움직이는 깊은 유대감, 위협이 올때 퍼드덕대는 날개와 긴 다리로 대항하는 결단력,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다.



*당신이평안하면, photo by 이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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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yfor이태원


*2018년 아르코창작지원금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