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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이문숙 Nov 02. 2024

손괴된 마음

-매쉬포테이토

골목길 정원 프로젝트

현대적으로 조성된 공원


보랏빛 맥문동 뽑아내고

심은 관상수, 이름은 모른다

유행하는 정원수라는 것 말고

그런데 바짝 타들어가다 시든다


어디서 솟아났는 줄 모를 덩굴이

칭칭 휘감는다

덩굴이 위로 위로 올라간다


덩굴의 새파란 *매쉬포테이토

덩굴에 감자 싹 같은 독이 들었는지 몰라

결국 베어내고 다시 심는다


토양이 안 맞는지 또 고사한다

민원에 시달린 동네 자치위원들이

싹 다 베어내고 국화 모종한다


산책나온 강아지들이

국화 냄새 때문인지 아닌지

오줌을 뿌려 더 강하게

영역 표시를 할 줄 모르고


*매쉬포테이토

왼발로 뭉개고 뒤로 물러서며

오른발로 다시 짓이긴다


때마침 기타교습소에서

흥흥대며 강아지 왈츠 흘러나와


조선의 어느 자객은

자신의 말 발굽에서 피 냄새가 아닌

꽃 향기가 난다 했는데


쟈스민 향 물티슈로 주인은 꽃 따위는 없고

강아지 발을 꼼꼼히 닦아준다


강아지 짓밟은 국화 가지가 꺾여 있다

아이구 어떡하나

그 꺾인 가지를 주워드는 찰나


한 남자가 다가와 버럭 소리친다

당신 미쳤어요

멀쩡한 여자가 왜 화단의 꽃을 꺾어요

기물손괴예요


저도 모르게 주워들었던 꽃을 내려놓는다

차라리 국화가 기물이었다면

그 작은 염려로 가득한 얼굴이 뭉개지지 않았겠지


시무룩한 내가

손괴라는 말을 매쉬포테이토한다

왼발로 오른발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며


아직 영업 개시 안한 러시아빵집

삼사 만두 속에는 으깨진 감자가 들어있어

산만하고 팍팍한 고기를 누그려뜨려

준다는데


빵집 앞 야외 테이블

물조리개가 테이블 위에

홀로 외롭게 앉아


이리와 여기 잠깐 쉬었다 가

이 미친 여자를 불러준다

내가 네 손괴된 마음 안아줄게


그 물조리개 속에 혹시

어제 내린 빗물이 고여 있을까

다행히 있다 담겨있다


가방을 내려놓고

후다닥 화단으로 되돌아가

꺾인 가지를 가져다

거기 꽂는다


아직 영업 개시 전

출근한 우즈베키스탄 여주인은

물조리개 꽃병을 보며

외치겠지


참 예쁘다

누가 여기 꽂아두었을까


우즈베키스탄 말로

예쁘다는 뭘까


매일 손괴된 이 마음에

매쉬포테이토를 넣어 만두를 빚어봐야지

감자를 포근포근 삶아

오늘의 주걱으로


밟아서 뭉개서 싫은 것보다

짓이겨서 유순해져 좋은 것이

여기 더 많이 자주 존재한다 한다면


물조리개 꽃병에

물을 갈아주는 그 행위가

여기 지속적으로 있다면


*쉘위댄시shall we dan詩, 연작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써야지. 춤추듯 시詩 한 켤레를. 토슈즈 없는

맨발로 발바닥이 벗겨지고 발가락이 툭 떨어지도록.


#쉘위댄스#폭염#기후행동#스텝#매쉬포테이토스텝#이주노동자#공원#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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