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려단행(熟慮斷行)
생각은 깊어지는데
무엇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가득하지만, 정작 무엇을 배워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무작정 도서관에 가서 평소 관심을 가졌던 책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인문학, 철학, 동양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의 책을 보며 이 중 어떤 분야를 집중적으로 배울지 고민했습니다. 책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 했지만, 확실한 답은 없었습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사이 정보는 점점 더 많아졌습니다. 이것저것 분석하고 따져보며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완벽한 선택을 하지 못하는 자신이 못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숙려단행(熟慮斷行)이었습니다. 깊이 있게 생각하되, 한 번 결정하면 단호하게 행동한다는 의미. 생각과 행동의 균형을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계발의 핵심입니다.
생각 없는 행동과 행동 없는 생각 사이에서
생각 없이 행동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충동적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꼼꼼히 계획하지 않아 실패를 겪습니다. 그들은 행동력은 있지만 방향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먼저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반면에 행동 없이 생각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계획만 세우고 실행하지 않으며,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다가 결국 기회를 놓칩니다. 그들은 지능적이고 신중하지만 결과물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이제 행동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행동도, 끝없는 고민도 아닙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깊이 있게 생각하되, 그 생각이 행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숙려단행은 이 두 극단 사이의 중간 길을 걷는 것입니다.
숙려와 단행의 조화
숙려만 있어서는 안 되고, 단행만 있어도 안 됩니다. 숙려와 단행은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생각하는 것이 적절할까요?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은 대부분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의 핵심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선택이 내 가치관과 부합하는가?', '최악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나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에 어느 정도 답할 수 있다면, 충분히 숙려가 되었습니다. 이제 행동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했다면, 이제는 그 결정에 대해 의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단행입니다. 결정을 내린 후에도 자꾸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라고 묻는다면, 결정의 품질은 떨어지게 됩니다.
단호하게 결정했다면 그 선택에 전적으로 헌신해야 합니다. 그 선택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배우고, 개선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단행이란 "이 길로 가기로 했으니 이 길에서 최고의 나를 보여주겠다"라는 각오입니다.
인생은 완벽한 선택의 연속이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깊이 있게 선택했고, 그 선택에 끝까지 책임을 졌다는 것입니다.
결과가 예상과 달랐을 때도, 실패가 찾아왔을 때도 그들은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상황 속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어떻게 개선할지를 고민했습니다.
인생은 완벽한 선택의 연속이 아닙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주어진 정보 속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한 번 결정하면 그 결정에 책임을 지며 계속 나아가는 것입니다.
나는 도서관에서 책들을 보며 깊이 생각했고, 내가 배워야 할 분야를 찾아 행동했습니다.
심리학을 배우기 위해 대학원에 등록했고, 인생의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기 위해 역학을 공부했고, 그 결과 역학 관련 책 10권을 출간했습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했다면, 그 결정을 믿고 단호하게 밀고 나아가야 합니다. 세상은 완벽한 선택을 하는 사람보다, 선택한 것을 완벽하게 실행하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숙려와 단행, 이 두 가지의 조화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