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이불지(行而不知)
모든 것을 알고 시작할 수 없다
공원에서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설명하지만, 아이는 자전거에 오르지도 못합니다.
이 광경을 보면서 행이불지(行而不知)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습니다. '행하되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모든 것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도 실행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현대인들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 모든 책을 읽고, 모든 강의를 듣고,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준비 과정은 종종 실행을 가로막는 장벽이 됩니다.
수영을 배우려는 사람이 아무리 많은 영상을 보고 이론을 공부해도, 결국 물에 들어가지 않으면 수영을 할 수 없듯이.
몸이 먼저 아는 지혜
우리가 자전거를 타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 머리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몸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행이불지의 실체입니다.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는 이를 암묵지(tacit knowledge)라 불렀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행위를 통해 체화된 앎을 뜻합니다. 어머니의 손맛이 암묵지의 대표적입니다.
많은 장인들은 "그냥 손이 하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수십 년간 반복한 행위가 생각 없이 저절로 만들어주는 경지에 이른 것입니다.
때로는 이해보다 실행이 먼저입니다. 글쓰기의 원리를 모두 알지 못해도 매일 일기를 쓰고, 블로그를 채울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 속에서 걷기
행이불지는 완벽주의를 내려놓는 연습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나아가야 합니다.
한 자영업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고객을 한 명씩 만나 피드백을 받고, 제품을 한 번씩 개선하면서 점차 알게 되었다."
이것이 행이불지의 현대적 해석입니다. 린 스타트업의 '빌드-측정-학습' 사이클도 같은 맥락입니다. 완벽한 제품을 기획하기보다 작은 버전을 빠르게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알지 못하는 상태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오히려 그것을 학습의 기회로 삼는 것. 이것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입니다.
행함으로써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삶의 가장 중요한 진리들은 행함으로써만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는 사랑해 봐야 알고, 부모의 수고로움은 아이를 키워봐야 압니다.
실패의 쓴맛도, 성취의 기쁨도, 관계의 깊이도 모두 경험을 통해서만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배우고 생각만 하고 행하지 않으면 그 모든 것이 공허해집니다.
자전거를 타는 법을 설명하는 것보다 아이가 넘어져도 우선 자전거에 올라타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넘어지지 않는 법을 체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행이불지의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