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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미 Nov 18. 2021

나도 시누이는 처음이라

세상 모든 (착한)시누이 퐈이팅!

동생이 결혼을 하고 처음 우리 집에 '며느리'라는 새 가족이 등장했다. 나에게는 '올케'인. 올케는 동생과 고등학교 졸업하면서부터 연애를 했고-물론 중간에 꽤 긴 기간을 헤어져 있었지만-20대 후반에는 결혼을 전제로 만난다고 인사를 왔었다. 오래 알고 지낸 덕분에 너무나 편한 사이였다. 아, 물론 친구처럼 편하다기보다는 낯설지 않다는 정도. 근데 이게 동생의 여자 친구로 왔던 것과 동생의 와이프로 오는 것이 너무나 달랐다. 올케 역시 어색하겠지만, 나 역시 생소한 경험이었다. 


엄마와 나는 동생 부부가 오기 전부터 안절부절못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아들과 며느리를 위해 엄마는 새 침구를 사서 방에 세팅을 했고, 며칠 전부터 온갖 반찬들을 하기 시작했다. 동생 부부가 오기로 한 당일에는 새벽부터 일어나 청소를 하고 또 하고, 걸레질을 하고 또 했다. 어느덧 마룻바닥에서는 반짝반짝 윤이 나기 시작했다. 나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어쩔 줄을 몰라 잠도 제대로 못 잤으니까. 그렇게 우리 집에 진짜 새 가족이 생겼다. 




하지만 동생이 결혼했다는 기쁨을 채 누릴 새도 없이 주변에서는 온갖 잔소리가 시작됐다. 특히 결혼한 지인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시누이 짓 하지 마라"라고 조언했다. 말이 조언이지 반은 협박이었다. 대체 시누이 짓이 뭘까 너무 궁금했다. 한 친구는 나에게 오죽하면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옛 속담이 있겠냐고, 옆에서 엄마 편든다고 거들고, 동생 위한다고 챙겨주고 하는 모든 행위들이 며느리 입장에서는 거슬린다고 했다. 나는 그럴 의도는 1도 없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미운 시누이가 된 셈이다. 


가만히 있던 시누이둥절?


"우리는 그저 편한 시누이와 올케 사이로 같이 장도 보고 쇼핑도 할 거야"라고 하자,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핀잔만 들었다. 너무 억울한데. 아무것도 안 하고 어떻게 가족이 되라는 거야. 볼멘소리로 중얼거리자 친구는 "가-족같은 소리 하지 마"하며 웃었다. 고민이 많아졌던 순간이다. 




하지만 진짜 친구가 되려면 한 번 피 튀기며 싸워야 하듯, 가족도 그런가 싶은 위기의 순간이 왔다. 온전히 식구가 되어 맞는 두 번째 명절이었는데 친정에 갔다가 명절 저녁에 시댁으로 온다는 것이었다. 엄마의 원래 계획은 동생 부부가 오면 이번 명절까지만 이렇게 보내고 다음 명절부터는 여유가 있으면 전날 왔다가 명절 아침에 같이 밥만 먹고 내려보내던지, 아니면 한 해 명절이 두 번이니 반반 나눠서 오며가며 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모실 어른도 없고, 제사도 지내지 않는 집이니 그렇게 해도 괜찮겠다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엄마에게 의견도 묻지 않고 결정을 해서 통보하는 격이니 엄마의 화가 터져버린 것이다. 상황상 나 역시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근데 그 순간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건 명백한 동생 부부의 실수인 것이 맞는데 이게 내가 시누이라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정말 잘못한 게 맞는 걸까? 동생에게 뭐라고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올케에게 전화해서 혼을 내야 하는 걸까? 내가 손윗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는 것이 정상인 걸까, 결혼도 안 한 시누이는 그냥 빠져있어야 하는 걸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시누이는 항상 얄밉고, 철없는 사람처럼 그려진다. 엄마와 아빠가 '부모가 처음이라' 이해를 바라고, 남편과 아내가 '결혼은 처음이라' 맞춰가는 것처럼, 시누이 역시 사실은 '새 가족은 처음이라' 낯설고 불편해서 표현이 서툴렀던 게 그렇게 비치는 것은 아닐는지. 고부갈등의 문제에서 시누이는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인데, 사실은 말리려는 것일 수도 있고. 시누이도 가족들 사이에서 나름 눈치 보고, 올케의 기분도 살피는 것인데 다만 홈그라운드라 그 어색함이 잘 표가 안나는 것일 수도. (아니 근데 걔 중에는 진짜 못된 사람들도 있다. 없다고는 안 함.) 


그러니까 내 말은, 시누이도, 시누이가 처음이라, 서툰 것일 수 있는데 너무 미워하지 말자는 것.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서열 바닥에 있는 사람이라 큰 소리를 칠 수 없지만 시누이 역시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아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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