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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미 Feb 15. 2022

간헐적 단식을 간헐적으로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시작'을 곁들인.

나이가 들고 살이 찌니 몸이  좋아지고 있다는  온전히 느껴지는 요즘이다. '운동을 끊고 탄수화물을 가까이  덕분이겠거니'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말기엔  다가올 마흔의 내가 비참한 중년을 맞이할 것만 같았다. 화려한 싱글로 살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당당한 싱글이 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남들보다 조금 늦게 깨달은 셈이다. 한참 뒷북치는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알게  것에 감사하며 생활 습관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그중 처음 선택한 것이 간헐적 단식이다.


간헐적 단식은 생각보다 종류가 많다. 5일 단식을 하는 것도 있고, 매주 하루를 통으로 단식하는 방법도 있다. 격일로 하거나 일주일 중에 이틀 정도를 권장 열량의 1/4만 섭취하는 단식법을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먹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처럼 강력한 단식의 방법은 오히려 화(?)를 불러올 것임을 이미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바로 16:8, 16시간 공복 하고 8시간 동안 식사를 하는 비교적 쉬운 간헐적 단식 방법이다.


1월 30일부터 시작해 오늘이 2월 15일. 2주 간 간헐적 단식을 진행했는데 몸의 변화는 크게 없다. 이유를 묻거든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나의 식욕망에 있다고 해야겠다. 중간에 한 번씩 외도를 한 바람에 계속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예전 같았으면 다이어트를 이어가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난 후에는 폭식을 했겠지. 그러고 또 후회를 하는 몰상식함을 반복해야 끝나는 패턴. 하지만 오늘의 나는 실패를 책망하지 않았고 무엇 때문에 포기를 하게 되었는지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물론 독하게 마음먹은 것을 이뤄내는 혹은 이룬 누군가에게는 '대체 저런 미련한 짓을 왜 하는 거야?' 하겠지만 20년의 시간 동안 다이어트와 요요를 반복하며 다짐과 죄책감으로 살아온 나에겐 이런 작은 변화가 매우 긍정적이다.


오늘도 역시 실패했다. 실패의 요인은 자기 합리화. 일을 할 때나, 인관 관계에서만큼은 점점 냉정해지고 단호해지는 중이지만 어쩐지 식욕에서만큼은 합리화가 심해지는 듯하다. 그래서 오늘 일기에는 자기 합리화가 얼마나 좋지 않은 습관인지 되새기는 글을 썼다. 부디 내일은 헛되지 않기를.


결국 나는 내일부터 또 간헐적 단식을 시작한다. 이렇게 간헐적 단식의 시작만 50번 100번 할 수도 있지만 유지하는 기간이 매번 조금씩 길어진다면 그것이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작심삼일을 3일마다 반복하는 것 마냥 간헐적 단식을 간헐적으로 계속하면 그것 또한 내 습관이 되리라.


어떤 일이든 시작을 했을 때 끝을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시작이 반이 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이니 내 페이스대로 건강한 습관 성형을 완성해봐야지. 올해 연말에는 부디 간헐적 단식의 달콤한 성공기를 써보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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