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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재윤 Feb 25. 2024

첫 책 출간 소식을 지인에게 알리면 안 되는 이유.

타깃 독자층을 생각해야 한다.


<수학이 건네는 위로>를 출간한 지 어느덧 2주가 되었다. 출간 소식을 주변 지인에게 전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주변지인들이 책을 당장이라도 구매할 거란 기대를 버리라는 것이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기원전부터 존재해 왔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책"에 대한 콘텐츠를 명확히 이해야 한다. 특히 책을 출간하길 원하는 작가님 혹은 발간을 앞둔 작가님이라면 이 글을 읽어주었으면 한다.


먼저 콘텐츠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자. 콘텐츠란 글자 정보 혹은 영상과 그림, 사진과 같은 다양한 모든 부분에서 발생하는 지적재산권을 뜻한다. 여기서 난 콘텐츠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고 싶다. 돈을 내야 하는 것과 아닌 것으로 말이다. 책은 돈을 내야 하는 콘텐츠로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체계적으로 잘 기획하여 숲길을 걷듯이 긴 호흡으로 독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책이란 콘텐츠는 대중적인 음악과 유튜브 영상과 같은 콘텐츠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만약 주변 지인에게 영상 콘텐츠(음악 뮤비, 유튜브 콘텐츠)를 보라고 추천하는 것과 책을 추천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영상 콘텐츠는 돈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책은 내가 직접 돈을 주고 사야만 볼 수 있다. 물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을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은 어떤가. 영상 콘텐츠는 집 소파에 누워 내가 원하는 시간에 편히 볼 수 있는 반면에 책은 몇 시간을 투자하여 장기간 집중하면서 읽는 고된 노동과 같으며 도서관에 들리는 일 또한 그만큼 시간을 쓰는 일이다.


책은 시간과 기회비용을 많이 써야 하는 콘텐츠이기에
명확한 타깃 독자층이 너무 중요하다.


책을 낼 때 가장 중요한 세 가지중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사실은 "독자에게 필요한가?"이다. 이는 책을 내야 할 타깃 독자층과도 연결된다. 나머지 두 가지는 아래 박스로 정리해 놨다. 이 글에선 주로 첫 번째 이유에 대해 좀 더 엄밀히 다루고 싶다.


1. 독자에게 필요한가?(타깃 독자층이 누구인가?)
2. 사실을 다루는가? (좋은 책일수록 저자의 이야기가 좋다. 만약 인용했다면 출처를 정확히 표시해야 한다.)
3. 친절한가? (김상욱 교수님이 왜 알쓸인잡에서 인기가 많은지 생각해 본다면 간단하다.)


타깃 독자층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조차 "아메리카노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사이즈는 그란데로 주시고요. 매장에서 먹고 가요."라고 말하는데 하물며 책은 어떤가. 단순히 "20대에게"라고 말하면 독자의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다. "성적과 취업 등으로 마음대로 되지 않은 비정규직으로서 삶을 사는 20대"가 좋다. 


첫 책을 출간했다고 생각해 보자. 내 이름을 건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은 너무나도 축하받아야 마땅하고 기쁜 일지만 그건 너만 기쁘지(혹은 가족이 기뻐하거나) 주변 지인들이 기뻐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니 주변 지인들의 반응이 좋지 않다고 해서 실망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에도 첫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인스타에 알린 후 팔로워가 되려 20명 가까이 줄었다.


주변 지인이 책을 구매할 거란 기대는 애초에 안 하는 것이 좋다. 물론 구매해 주는 몇몇 분들도 당연히 계시지만 당신이 기대했던 만큼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이 아무리 좋다고  말해도 내가 관심이 없다면 듣지도 않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지하철을 타거나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길을 걸을 때 3분이란 시간을 기꺼이 쓸 수 있음에도 말이다. 하물며 앞서 살펴본 책이란 콘텐츠는 시간과 돈을 많이 써야 하기도 하고 더군다나 주변지인이 "타깃 독자층"이 아니라면 결코 책을 구매하지 않는다. 내 주변 지인들이 대부분 20대임에도 구매하지 않은 이유도 명확한 타깃 독자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것에 상처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특히 요즘 20대는 유튜브나 쇼츠와 같은 짧은 호흡이 강한 영상에 익숙해진 탓에 책을 읽는 20대가 적을뿐더러 시장도 매우 협소하다.


첫 책을 낼 때 잊지 말이야 할 사실
책을 구매하는 사람은 "주변 지인"이 아닌
타깃 독자층 특히 "일반 대중"이란 사실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책을 출간하고 내게 글쓰기를 가르쳐 주셨던 대학 교수님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첫 책을 알리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자 교수님은 내가 대학생 시절에 소량으로 출판한 책을 보여주시며 말씀하셨다.

 

아마 작년이었을 거야. 글을 너무나도 잘 쓰는 학생을 만났는데 토론시간이나 글을 발표하는 시간에는 소극적이다 못해 위축된 듯한 느낌을 받아서 따로 연구실로 그 학생을 불렀지. 그 학생에게 너의 글은 훌륭하다고 아무리 말해줘도 이까짓 글이 돈도 못 버는데 무슨 소용이 있냐고 푸념하더라. 그래서 재윤아 그 학생에게 네가 자가출판한 책을 보여줬단다. 네가 쓴 글을 굉장히 맘에 들어했어. 누군가는 이런 식으로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낸다고 말하니 새삼 표정이 밝아지더라. 그러니 너도 너무 기죽지 않아도 된단다. 내가 너에게 말해주지 않았으면 넌 이 사실을 평생 몰랐을 수도 있겠지? 세상은 네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란다. 글이 가진 힘은 더욱 그렇고.. 분명 어딘가에서는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해. 네가 생각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분명한 사실은, 너의 글이 누군가의 삶에 닿아 있을 거란 사실이란다.  


책은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콘텐츠다. 내가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사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니 작가가 책을 낼 때 기억해야 할 사실은 첫 책을 내기로 결심하고 원고의 한 글자를 적었을 때다. 그때 우린 분명 내가 쓴 책을 통해 독자들의 삶이 변화하거나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걸 기대했을 테다. 지금 당장 내가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해도 많은 사람이 주목받지 못해도 분명한 것은 나의 간절한 목소리가 세상에 나온 것은 사실이며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분명 미치고 있을 거란 믿음을 기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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