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의 일은 위험하다

by 햇살

야망은 소년들의 몫. 소녀들의 야망은 키우고 드러내게끔 키워지지 않는다. 착하고 무해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받을 수 있다고 배운다. 하지만 그건 가부장제가 잘 굴러가는데 필요한 여성성일 뿐이다. 우리가 말하는 '여성성'은 대개 그럴 확률이 높다.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중에서



반성한다.

내가 무해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누르고 노력해 온 시간이 있었지만 나한테 착하고 무해한 말과 행동을 하라고 학생들을 조작해 온 시간도 있지 않을까. 해가 갈수록 노련해지는 눈빛, 말투, 대화 기법과 점수로.

학생의 사고력, 표현력, 공감과 배려를 키운다는 명분을 앞세워 나 자신도 깜빡 속아 넘어가 있던 건 아닐까.

선생의 일은 위험하다.

학생 자신의 색을 있는 그대로 잘 펼치도록 도우면서도 교묘하고 세련되게 나에게 맞게 길들일 수 있는 것이라서. 갑자기 내 말을 잘 안 들었던 아이들이 고맙다.

내게 죄를 덜 짓게 해 줘서.


2019.5.28. AM.11:59 오늘의 생각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