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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Jun 13. 2024

슬친들의 힐링센터

소글 액티비티 과제글

[소글 글쓰기 액티비티] 5월에 4회 소은성 온라인 글쓰기 수업을 수강했다. 매번 신선하고 재밌는 액티비티로 글쓰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소글. 4회째 액티비티2는 '나의 유토피아'. 

당신이 바라는 세계를 묘사하세요. 지금의 세계에서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요? 어떤 시스템을 바꾸고 싶은가요? 개인적인 것, 사회적인 것 모두 좋습니다. 그 유토피아가 이미 이루어져 있다고 상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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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친들의 힐링센터     


짜라씨는 오 년째 명상을 지속하고 있다. 삼 년째 되는 해부터는 명상과 글쓰기를 통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힐링센터에서 진행한다. 힐링센터는 퇴직 이후 직장에서 만난 친구들이 같은 동네에 모여 살면서 경기도 하남시 주민참여 예산제에 같이 준비해서 응모하였는데 우수 아이디어로 채택되어 세금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시청 내에 전망 좋은 사무실 두 칸을 할당받았다. 해마다 평가가 좋아서 삼 년 연속 운영을 지속할 예산을 지원받는다.


힐링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명상과 글쓰기뿐이 아니다. 운영진이 갈고닦은 재능, 관심 있어서 오래 배워온 역량을 활용해서 여러 가지를 단기, 장기과정으로 하고 있다. 여성주의 타로인 마더피스 타로를 배우고, 각자의 문제상황에 적용하여 마음의 힘을 키우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다. 스스로 해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확신하지 못하거나 두려움, 불안 등으로 자신감 없이 살아가던 사람이 타로를 펼치고 자기 질문에 맞추어 참석자와 함께 해석해보면서 안심, 위로, 확신, 의욕 등 원하던 것을 가져간다.


여행지의 아름다움을 담아오는 어반스케치 강좌는 단기로 4-8회 진행하는데 정기적으로 ‘우리 동네 예쁜 곳’을 주제로 삼아 그 예쁜 곳 중 한 곳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올해 봄에는 나무고아원에서 미사경정장 쪽에 새로 만든 산책길에 전시를 열었다. 야외 전시라 비가 올까 봐 걱정을 했는데 5일간 쾌청하여 우리 중 누가 날씨 요정을 데려왔는지 서로 나라며 우기기도 했다. 


운영진은 모두 일곱 명이다.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재능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뜨개질, 낭독, 밴드, 타로 상담(글쓰기), 사주, 미술(어반스케치, 문인화), 감수성훈련, 명상과 글쓰기 강좌를 열기도 하고 그때그때 구성원의 관심이 쏠리는 것을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를 비정기적으로 열기도 한다. 다들 퇴직하고도 배우고 싶은 게 그리 많은지 늘 아이디어와 호기심은 넘친다. 공부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 스터디를 열고 SNS에 공지를 하면 신청자를 받아 5-10명 정도의 만만한 인원으로 진행한다. 

창조, 창작하는 체험을 통해 풍성한 문화를 누리는 동네 주민이 많아진다는 생각에 운영진은 늘 기분이 좋다. 성인이 많이 참여하긴 하지만 미성년자의 참여도 환영한다. 구성원이 다양할수록 서로에게 배울 스승의 층도 두터워지는 것 같다.     


일곱 명은 모두 이성애자 여성이자 기혼이다. 몸도 마음도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를 바라며 슬리퍼 신고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산다고 서로를 ‘슬친’이라고 부른다. 가장 나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의 차이가 다섯 살이다. 이 중 막내의 취향이 올드해서 사실 다 또래처럼 지낸다. 함께 여행가는 장을 막내가 볼 때 ‘짱구, 엄마손파이, 사브레, 꿀꽈배기’를 간식으로 챙기는 것을 보고 ‘막내의 취향 올드해’에 모두 동의했다.     


“나 아무래도 유산소 운동을 해야겠어. 점점 이티 체형이 되고 있어.”

“그래, 좋은 생각이야. 내일부터 새벽 달리기 할 사람?”     


이렇게 원하는 사람이 붙어서 팀이 뚝딱 만들어진다는 것이 슬친의 좋은 점이다. 의지가 약해서 하지 못하는 일을 같이 함으로써 몸 건강을 유지한다. 슬친은 서로의 몸과 마음 건강을 세심히 챙기는데 그래야 오래오래 같이 재밌게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짜라 씨가 명상을 해오면서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감정이 일어나 괴로운 일이 적어지고 생겼던 감정도 몇 시간 내에 스스륵 흘러가 이내 편안해지는 걸 경험하고 있다. ‘이러다 해탈하는 거 아냐?’하는 설레발은 떨고 싶지 않아서 자중하고 있는데 다음 모임 근황 발표 때 자랑을 하고 말 거라는 예감이 든다. 이런 모습을 보면 해탈은 무슨 하며 코웃음을 친다.


슬친이 서로 건강을 챙기면서 생긴 놀라운 변화는 식물성 단백질 식사를 대폭 신경 써 늘리면서 근육 부자가 됐다는 점이다. 전원 체중의 45~50%가 근육이 되었다. ‘탄탄한 몸’을 가진 ‘유쾌하고 귀여운 할머니’가 되겠다는 짜라 씨는 꿈에 바싹 다가간 것 같아 고무된 표정으로 눈을 감는다. 하지만 근육은 의리가 없다 배신을 매우 잘하므로 근육 지키기에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좀 더 미래엔 한번 만들어진 근육은 빠져나가지 않는 간단한 방법이 발명되기를 바란다.     


요즘 슬친들은 고민이 있다. 각자 두 번째 결혼 만기가 돌아오는데 만기를 연장할지 말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각자가 끌리는 대로 하면 되지만 계약 만료 의사를 말할 때 누군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으니 신중해지기 때문이다. 한 명은 5년 만기에 얄짤 없이 계약 종료선언 했지만 나머지는 첫 만기 때는 계약을 5년씩 연장하였다. 서로 조언과 예측과 의견교환이 활발하다. 다음 달 크루즈 세계여행을 앞두고 결정을 해야 해서 마음이 조급하기도 하다. 짜라 씨가 명상의 시간을 열고, 꾀꼬리가 사주를 한 번씩 봐주고 산꽃 선녀가 타로 상담도 해주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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