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수제비
“지금 네 자리는 여자를 뽑은 적이 없어. 우리 회사는 군대식이야. 버틸 수 있겠어?”
그 회사에서 3개월 수습이 끝나고 비로소 정직원으로 통보받았을 땐 ‘인정받았다’ 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터무니 없다는 걸 알지만)
그리고 조금은 진심이 느껴졌던 상사의 조언.
“앞으로 어떤 사소한 일을 맡더라도 어떻게 하면 제일 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그럼 네 인생의 질이 달라질 거야.”
그 한마디를 붙잡고 그 회사에 4년을 머물렀다.
그래서 결과가 어땠냐고?
나는 꾀나 순진한 직원이기도 했지만 그런 강박에 스스로가 상처받는 바보이기도 했다.
서귀포 이중섭 거리 뒤편엔 유흥가 간판이 즐비한 골목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수제빗집이 있다.
김치와 밥만 넣고 김밥을 만다.
오만둥이와 바지락만 넣고 수제비를 끓인다.
하지만 이 단순한 요리 안에는 어떻게 하면 이 소박한 재료로 제일 좋은 맛을 낼 수 있을까 고민한 정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지혜는 주인 할머니를 넘어 딸의 손길까지 이어져 이곳을 찾는 단골들에게 소소한 감동을 주고 있다.
나에겐 아직도 어려운 일이다.
글/그림 YO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