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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Jul 22. 2023

강연할 기회를 잡게 됐지만...

여전히 미진한 말하는 실력

책을 내고 나서 드문드문 강연이나 유튜브 출연 섭외가 들어오고 있다. 공개적으로 내 생각을 말로 풀어내야 할 자리가 생긴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말을 정해진 시간 안에 한다는 것은 퍽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렇다. 특히 대중강연이란 더더욱 그렇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지난 화요일에는 '달란트투자'라는 유튜브 채널에 나가게 됐다. 진행자는 이래학 씨. 채널 구독자 수는 60만 명이나 된다. 진행자도 꽤 여러 권의 경제 서적을 냈다. 내 방 책상에 있는 전자공시 책도 그가 지은 책이었다. 꽤 잘 썼다고 생각해서 직접 산 책인데. 


낯선 곳에 가서 낯선 누군가와 얘기를 나눠야 해야 한다면 난 좀 일찍 나서는 편이다. 기업 CEO와 인터뷰를 한다거나, 기자 간담회를 간다거나 등. 헐레벌떡 시간에 맞춰 뛰어가는 것보다 익숙해질 시간을 더 갖기 위한 목적이다. 그곳 공기를 느끼고 집기물을 보면서 마음을 안정시켜 나가는 것이다. 어색함과 낯 섬으로 인해 상대방에게 기죽지 않기 위한 이유도 있다. 


녹화 날에도 20분이나 일찍 약속 장소로 갔다. 10분 전에 들어가 앉아 있었고 담당자와 대화를 잠깐 나눴다. '경제전문가와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60만 구독자 채널에 내 목소리와 내 모습을 드러낸다니....' 


결과적으로 그날 녹화는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출연한 유튜브 촬영인 데다, 그간 공개적인 장소에서 말할 기회를 갖지를 못했다. 길게 말하는 나 자신 자체가 어색했다. 말을 하면서 맥락을 잃고 길을 헤매는 느낌도 받았다. 힘에 부치는 것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종편 출연자들에 대한 얘기가 떠올랐다. 종편 정치 시사 프로그램에 단골로 나오는 사람들이다. 출연료가 쏠쏠하고 인지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게 방송인데, 이들도 처음부터 말을 논리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특정 이슈에 대해서 질문을 받는다면 그들도 섣부르고 서투른 대답을 한다. 


이후 자신의 대답을 피드백받고, 다른 종편 출연자와 만나 대화를 하면서 논리적으로 정립을 한다. 대답이 정교화되고 그럴싸하게 변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광화문 근처 사우나에는 이들 종편 출연자들이 자주 출몰한다고 한다. 그 안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논리를 정교화하는 것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이진우 기자의 '손에 잡히는 경제' 땜빵으로 3일 출연했을 때다. 첫날은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대답을 못했다. 스튜디오를 나오면서 PD와 작가 얼굴을 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나왔는데, 셋째 날에는 작가와 담소를 나눌 정도까지 됐다. PD도 "많이 익숙해지셨어요"라고 칭찬을 했다. 내 머릿속 '말을 담당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게 좀 활성화되는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지하철 안에서 그렇게 쓸쓸히 자기 위로를 하면서 집에 왔다. 핸드폰 속 메일함을 열어보니 강연 요청 메일이 하나 들어와 있었다. 여의도에서 금융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90분 강연을 해달라는 것. 아마 싼 맛에 날 섭외하려고 한 것인 것 같은데, 이런 나의 사정을 알기나 할까. 그것도 금융권 종사자들 앞에서... 


그러던 오늘 피셔인베스트라는 유튜브 채널과 줌 소통을 했다. 줌으로 하는 30분짜리 강연이라고나 할까. 따로 준비한 것 없이 화요일 했던 얘기를 되풀이했다. 내 방에서 내 대본을 슬쩍슬쩍 보면서 얘기를 했다고 하지만 뭔가 느껴지는 편안함.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진행자는 '다소 어려운 얘기라 초보자들이 듣기에 힘들 것 같다'라는 피드백을 주긴 했지만, 그래도 좀 나아진 게 느껴졌다. 


할수록 늘어나는 게 이런 것이구나.. 얘기하고 말할 기회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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