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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Aug 22. 2024

지금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직장인이 있다면...

한 학기 다녀본 소감

아마 이 글은 지금 당장보다는 가을바람이 산들산들 불 때 더 많이 읽힐 것 같다. 내년 봄학기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 직장인이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을 할 것이고 그때 우연하게도 발견되지 않을까. 그런 그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듯하다.


(물론 한 학기 다녀보고 어쭙잖게 쓰는 글이기도 하다. 내후년 졸업과 논문까지 쓰면서 들었던 생각을 한 번 더 써볼 계획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8월 하순은 직장인 야간대학원(혹은 특수대학원) 등록과 수강신청이 진행되는 시기다. 지금에서야 특수대학원이나 야간대학원 정보를 얻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빨라야 내년 1학기(봄학기)에나 등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고민할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학습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부지런히 면접 보러 다니는 시기가 이르면 11월 정도부터 시작되니까.

 

일단 이 글은 직장인 대상 특수대학원을 한 학기 다녀본 사람이 술회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자기 계발을 위해 어떤 대학원을 갈지 고민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볼만하다는 얘기다.



◇직장인이라면 접근하기 쉬운 특수대학원


당신이 4년제 대학 학사 과정을 졸업한 사람일 것이라고 가정해 보겠다. 석사 학위를 받고 싶다면 대학원에 들어가야 하는데,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반대학원, 전문대학원, 특수대학원이다. 학부 졸업생이 "나 대학원 갈 거야" 한다면 일반대학원을 뜻한다. 학자로서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업 학자의 길 초입에 해당하다 보니 일반 직장인과는 거리가 있다. 학부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사회초년생이라면 모를까, 지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가기는 어렵다.


전문대학원은 전문 직업분야에서 실용적 이론 적용과 연구 개발을 위해 구성된 과정이다. 가장 흔하게 알려진 것은 경영전문대학원(MBA)이 있을 것이고, 법학전문대학원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 과거보다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연봉이나 경력 관리 측면에서 '극적인' 퀀텀점프가 있다. 그러다 보니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써야 한다.


특수대학원은 직업인 또는 일반 성인을 위한 교육 과정이다. 앞서 언급한 일반대학원이나 전문대학원에서의 석사와 비교했을 때는 '중한 느낌'이 덜하다. 학생 대부분이 직장인이고 야간에 시간을 들여 학습을 하다 보니 수업과 시험 난이도가 다소 낮은 게 사실이다. 석사를 딴 이후 '박사과정'은 따로 없다.  


물론 노력하고 알아보면 박사로 가는 길이 있다. 박사 과정을 밟는 사람도 있긴 하다. 실제 그렇게 나와 교수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일반적인 범주에 들어간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런 특수대학원은 평생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학점은행제와도 비슷할 수 있다. 학점은행제가 학사 학위를 전제로 한 과정이라고 한다면 특수대학원은 석사 학위 취득을 위한 과정이라서 그렇다. (혹 반론 제기하시는 분 계시면 니말이 맞음)


따라서 직장인이 특수대학원을 다니고 싶다면 십중팔구는 자기가 일하는 분야와 유관한 학과와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일반대학원이나 전문대학원처럼 학과 공부에 시간을 투입하지 못하나 '현업에서 일하는 전문성'이 가미돼 더 높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자기가 학사 때 유명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런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특수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런 사례가 훨씬 많았다고 본다. 이를 반영하듯 유명사학들이 특수대학원 과정을 개설해 돈을 버는 것이고.  

 

직장인들이 모이는 대학원이라... 어떤 장점이 있을까? 각 특수대학원마다 분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된다. 미디어대학원, 정치대학원, 부동산대학원, 행정대학원, 경제대학원 등등이다. 카테고리가 범주화되어 있다 보니 동종 업계나 인접업계 사람들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대학원이라면 기자나 홍보인들이 많을 것이고 정치대학원이라면 정치지망생, 보좌관, 기자 등이 있을 수 있다. 여기 안에서 자기 인맥을 넓힐 수 있다.


내가 다니는 경제대학원도 비슷하다. 일반 기업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금융권 종사자들도 적지 않다. 경제대학원 안에 금융학과 전공이 있어서다.


게다가 ESG나 인공지능(AI)과 유관한 대학원 과정을 대학 측에서 세분화해서 만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모이는 사람들의 종사 분야가 더 좁아진다. 그럴수록 동종업계 인맥 네트워크의 폭은 넓어진다. 더욱이 야간 시간에 대학원에 나와 공부를 하는 이들이다 보니 본인 성장과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공부라는 주제 아래 모이게 되다 보니 쉽게 친해진다.


◇분명한 목적성이 있어야 '돈과 피곤함'의 한계를 넘는다


전국의 수많은 대학에서 특수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본인의 경험에 한정해 '특수대학원 과정이 이렇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참고한다'라는 측면에서 들어봐 주시길. 개인 경험이라는 것을 전제로.


일단 난 특수대학원을 가는 목적이 분명했다. 유명 대학의 타이틀을 커리어의 한 줄로 추가하려는 생각이나, 인맥을 넓히려는 의도보다는, '공부를 해야지'라는 생각이 더 강했다. 학부 전공은 사회학이었는데, 주 커리어는 경제기자다 보니까 평소에도 '경제학 공부가 필요하다'라고 여기곤 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책을 쓰면서부터다. 금융부 기자로 재직했던 경험을 발판 삼아 운 좋게 책을 두 권 썼는데, '공부가 필요하다'라는 것을 필히 절감했다. (실은 수년간 이어왔던 팟캐스트, 유튜브 활동 덕분에 쓸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특수대학원을 가려고 한다면 그 목적성이 분명해야 한다. 왜냐, 등록금이 만만치 않아서다. 야간에 '내가 쉴 수 있는 시간'까지 들여서 고생고생하면서 공부하는 것인데, 분명한 목적성이 없으면, 그것만큼 큰 낭비도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을 자거나 다른 활동을 하는 게 더 생산적이다.


학비는 또 어떠한가. 허리가 휠 정도로 부담이 크다. 학기당 수업료만 600만 원이 넘는다. 요새 AI가 들어가는 학과의 등록금은 이보다 더 비싸다. 입학금에 동문회비까지 포함하면 첫 학기 700만~800만 원은 우습다. 대충 한 학기에 600만 원이라고 생각하고 4개 학기라면 2400만 원, 5개 학기라면 3000만 원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괜찮은 차 한 대 살 수 있다.


(예전에 중고차 딜러가 나한테 제네시스 G80을 3800만 원에 팔려고 했다. 무사히 5학기를 마치고 졸업하면 '석사 학위'와 G80을 바꾼 셈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력에 한 줄 더 넣으려고 그만한 돈을 쓴 셈이다.)


등록금은 눈에 보이는 비용일 뿐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까지 따지면 더 많은 돈이 든다. 어쨌든 단순히 '자기 계발'을 위해 그 돈과 시간을 쓴다는 것은 '대단한 투자'임에 틀림없다.


투철한 목적의식을 갖고 입학했어도 학교 다니는 것은 힘들다. 처음에는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했다가 종국에 가서는 '어떻게 버티나'로 생각이 바뀌고 휴학이나 자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왜냐, 내가 대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회사 일이 줄어들리 없다. 20대 체력으로 돌아갈 일은 더더욱 없다. 야간에 지치고 피곤한 상태에서 수업을 듣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주말 수업을 듣는다고 해도 비슷하다.


◇점차 낮아지는 학생 연령


각 대학원마다 다르겠지만 특수대학원의 주목적은 '대학원 석사 이력 더하기'와 '네트워킹'이었다. 학문적 목적은 아무래도 후순위였다. 연령도 적지 않았다. 어느 정도 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직급의 사람이나 대학원 수업 듣는 게 가능했으니까.


이런 경향성은 오늘날도 크게 다르지 않으나 트렌드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교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특수대학원에 오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입사원 급인 20대 중후반 원우들도 상당수 있다. 예전 기업 문화였다면 대학원 수업을 들을 엄두를 못 낼 이들이다.


이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지금 시대에 자기 계발과 성장에 과감히 수천만 원을 투자하려는 사회초년생이 늘었다는 얘기다. 젊은 이들이 몰려오다 보니 공부에 대한 열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내가 듣던 수업의 한 교수가 연령대를 조사한 적이 있다. 20대, 30대, 40대 각각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20대라고 답한 비율이 족히 4분의 1은 되어 보였다. 30대 초반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40대였다. 30대 중후반의 비율은 낮았다. 한창 바쁘게 일할 대리, 과장급이라서 그런 듯했다.


한 가지 좀 재미있는 것은 남성들의 비율은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이다. 20~30대 초반까지는 남녀 비율이 크게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40대 이상은 남성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전문대학원이라면 얘기가 또 다를 수 있겠지만, 40대 이후까지 커리어를 이어가면서 대학원 수업까지 듣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 있지 않나 추측해 본다.


'젊고 어린 친구들'이 늘었다는 것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선배 세대보다 자기 계발의 욕구가 더 강하다는 점.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라 칼퇴근이 가능해진 날이 늘었고, 바뀐 회식 문화에 따라 저녁 시간 내기가 비교적 쉬워졌다는 점 등이다.


98년생 한 여성 원우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의 '갓생러'의 삶 얘기를 듣고 놀랐다. 낮에는 일반 직장인으로 일하면서 방송통신대학교 통계학과를 다니고 경제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공부한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유니세프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곳에서 하는 일 상당 부분이 데이터 분석과 가공에 있다 보니, 통계학을 따로 또 배운다고 했다. 다른 곳은 모르겠으나, 최소한 내가 다니는 특수대학원만큼은 '공부하겠다'라는 의지로 똘똘 뭉친 이들이 꽤 많았다.


물론 20대 후반 30대 초중반들이 많이 오다 보니 자기들끼리 모임도 갖고 술자리도 함께하는 듯하다. 자연스러운 네트워킹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들이 한 직업군에서 최소 십 년 이상 종사한다면, 정말 좋은 인맥군을 만난 셈이 된다. 그것도 '갓생러'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끼리.... 인맥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봤을 때 특수대학원이 주는 이점이 크다고 본다.


◇결론, 이 세상에 쉬운 것은 없다


자기 계발과 성장에 관심이 있다면 특수대학원은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학비를 회사 같은 곳에서 보조해 준다면 더더욱 추천할 수 있다. 누구나 대학을 나오는 시대에 석사 학위가 갖는 이점 또한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본인 하기 나름에 따라 돈값은 톡톡히 할 것이라고 본다.


또 '공부하자'라는 면학 분위기와 함께 주변 원우들로부터 좋은 영향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주경야독을 하는 젊은 동기들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밖에 없다.


공부를 한다는 측면에서는 평소 알고 싶었던 경제, 금융 수업을 전문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중 하나라고 본다. 직장인 대상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들은 학부 교육과 달리 실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그들이 쓰는 자료 등도 현업에 충분히 써먹을 만한 게 있다.


게다가 나 같은 경제기자 입장에서는 그들 교수들이 하나하나 소중한 코멘테이터이다. 중요한 경제 현안에 대하 의견을 물어볼 수 있다.


그럼에도 돈이 많이 들고, 때로는 대학의 호구가 된 느낌이 살짝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 학기에 20학점씩 꾹꾹 채워 듣던 학부 때보다 더 많은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팔팔했던 20대와 달리 늙은 40대 육체는 피곤함을 너무나 쉽게 느낀다. 시험공부를 한다고 해도 잘 외워지지가 않는다. 그만큼 학습하는 두뇌가 녹슬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절망적인 수준은 아니다. 내가 배우는 지식 퀄리티에 비해 학점은 후한 편이다.)


p.s 수천만 원 등록금이 든다는 것을 생각하면 손이 떨리는 것도 사실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기꺼이 할 수 있는 투자라고 본다.

참... 대학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논문을 양껏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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