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떻게 재난적 상황을 극복했는가
걸그룹 쥬얼리의 멤버 '예원'을 아시는가. 배우로서 영화에까지 출연하며 종횡무진 다니는 그녀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연예인으로서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너 왜 눈 그렇게 뜨니?”) 후 스스로 '밈'을 자처했다. 어느샌가 2015년 앳된 모습의 예원이 아니라, 성숙한 가수이자 예능 방송인의 모습이 됐다.
다음 글은 예원의 팬도 아닌 지나가는 '아재'로서 그녀의 행적과 인기를 끄는 모습을 보고 느꼈던 단상이자 분석이다. 연예계를 잘 아는 것이 아니기에 이해해 주시면서 봐주길 바란다.
◇ 예원의 사례로 보는 체감의 법칙
예원은 예쁘장한 외모로 쥬얼리 후기 멤버 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들리는 말로는 남성 팬들의 인기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다만 쥬얼리가 센세이션을 크게 일으켰다고 보기는 힘들어서 40~50대까지 많이 알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 예원이라는 가수에 관심을 갖게 된 때는 2015년 1월 3일 방영됐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였다. 1990년대 추억의 가수들이 나와 그 시대 곡을 노래했는데 혼성그룹 '쿨'의 유리 역할을 예원이 맡았다. 유리 이상의 춤과 예능 실력을 보여줬다.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하다가 큰 위기를 맞았던 때가 있었으니, 2015년 방영됐던 예능 프로그램 '띠동갑 과외하기' 중 이태임과의 충돌이었다. 초반에는 예원이 일방적인 피해자처럼 보도됐지만, 이후 전모를 담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주변 목격자들의 말이 엇갈렸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예원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어느 정도 원인을 제공해놓고 '모르는 척'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였을까, 몇 개월간 방송에서 하차했다. 이후 나온 프로그램이 SNL코리아였다. SNL코리아는 프로그램 특성상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이 나와 스스로 '셀프 디스'를 하면서 이를 털어내는 개그가 나오곤 했다. 예원도 거기서 정식 멤버가 되었고, 수시로 '셀프 디스'를 하거나 당했다. 워낙 예능감이 있고, 놀림을 받아도 받아치는 능력이 좋았기에 웃음으로 승화될 수 있었다.
덕분에 유행어가 된 것이 '언니 저 맘에 안 들죠?'였다. (물론 2015년 제주도 사건 때부터 밈처럼 돌았다.) '눈깔 왜 그렇게 떠'라는 말도 함께 유행하긴 했다.
물론 처음에는 비난을 받았다. 물의를 일으켜놓고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느냐는 식이었다. 만약 이때 예원이 꺾였다면 오늘날의 예원은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결정적으로는 2023년 5월 4일 '노빠꾸탁재훈'에 출연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고 본다. 이때도 탁재훈 등으로부터 집요하게 놀림을 받았다. 이때마저 어이없어하며 받아치는 예능감 덕분에 많은 웃음을 자아냈다. 유튜브를 많이 보는 필자도 이것을 통해 예원의 '눈 똑바로 떠' 등의 패러디를 볼 수 있었다.
2015년 사건으로부터 10년이 지났고, '노빠꾸탁재훈' 출연한 지도 2년이 넘었다. 이젠 어디 가도 '눈 똑바로 떠', '언니 저 맘에 안 들죠' 식의 개그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좀 더 자세히는 '식상해졌다'고나 할까. 시청자들은 더 이상의 재미를 느끼지 않는다. (물론 과거 '노빠꾸탁재훈'에서 예원을 놀리는 장면을 보면 아직도 웃기긴 하다.)
여기서 '체감'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다. 처음 '언니 저 맘에 안 들죠', '눈깔 똑바로 떠' 등의 어휘와 사건은 충격파가 컸다. 두 연예인의 활동을 꺾을 만큼 컸고, 대중들은 묘한 희열을 느꼈다. 재미라고 하면 가혹하겠지만 '엄청난 관심'을 끌게 되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뉴스 속에 '개그 패러디'까지 이어지면서 이제는 그것마저 식상해졌다.
예원도 이제는 이를 극복할 수 없게 된 게 아닐까? 누군가 그의 면전에서 '눈깔 똑바로 떠' 같은 짓궂은 장난을 한다면, '재미없어, 식상해'라는 반응을 보여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 한계 체감의 법칙
어그로성으로 예원의 사례를 끄집어냈지만, '체감'은 우리 실생활은 물론 자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소비자가 처음에는 '강한 자극'을 느꼈지만 그 이후에는 자극에 무뎌진다고 설명할 수 있다.
소비에서 나타나는 체감은 한계효용의 법칙이다. 효용은 소비자가 재화를 소비할 때 느끼는 주관적인 만족감을 뜻한다. 한계효용은 추가로 한 단위를 소비했을 때 얻는 만족의 크기다. 재화를 처음 소비할 때는 큰 만족감을 얻지만, 소비량이 늘어날수록 추가적인 만족감은 줄어든다. 마치 예원과 이태임의 사례가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점차 흥미를 잃는 것처럼.
이 개념은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비자의 지불 의향 가격이 한계효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계효용이 줄어들면 소비자가 추가 단위에 대해 지불하려는 가격도 낮아진다. 이 원리가 바로 수요곡선의 우하향과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서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해야 한다. 아이폰이나 갤럭시가 끝없이 시리즈를 내놓는 것도 이와 같다.
방송사라면 어떨까. 예원을 계속 출연시킬 것이라면 2015년에 머물지 않고 그녀만의 새로운 예능감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예원의 출연으로 재미를 본 '노빠꾸탁재훈'이 그의 소개팅 프로그램을 만들어 또 한 번 웃음을 선사하려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한계생산체감의 법칙'과도 이어진다. 한계생산체감의 법칙은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생산요소(예: 노동이나 자본)를 계속 늘리면 처음에는 생산량이 늘어나지만, 일정 시점 이후에는 산출 증가폭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단순히 투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지점에서 효율이 떨어지는지를 파악해 최적화된 자원 배분을 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같은 체감법칙을 극복해야 한다. 마냥 방치했다가는 매출 하락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이 유일한 방안일 수 있다.
기술 진보는 동일한 자본과 노동으로 더 많은 산출을 가능하게 한다.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과 기계 도입으로 생산성이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에 와서는 디지털 혁신, 인공지능, 바이오 기술 등이 그렇다.
구글이나 삼성전자가 매해 막대한 액수의 R&D 투자를 이어가는 것도 결국 한계생산 체감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