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두마리 토끼를 모두 호주머니에 넣어라!
주말에 3권의 책을 읽어야 했는데, 사실 단기간에 그 책들을 집중해서 다 읽는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은 야심찬 계획은 세워보았다. 결과적으로 일요일 오후가 된 지금 3권의 책을 각각 절반 정도 읽는데 성공했다. (누구는 이걸 실패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ㅎㅎ 내겐 성공)
1. How to 'measure' anything by Douglas W. Hubbard
2.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by Clayton M.Christensen
3. The ride of a lifetime by Robert Iger
공교롭게도 처음 두 책 제목에 measure (측정) 이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들어가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나 방식은 약간 다른 성격이다.
처음 책은 세상 모든 것은 측정 가능하며, 비지니스 세계에서 특히나 측정이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의 정량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도구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다양한 실제적 측정 방법론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경영 통계학이나 거시경제학을 배운 학생들에게는 쉽게 읽힐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런 토대가 없는 일반적인 직장인에게는 약간 머리가 아플 수 있는 정도.
+) 개인적으로 이 책보다는 엘리스테어 크롤이 쓴 LEAN Analytics (린분석) 이라는 책이 통계적, 산술적 선행이 없는 실무자도 쉽게 읽을 수 있어 추천한다.
두번째 책은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유명한 하버드의 크레이튼 교수의 '하버드 인생학 특강'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인데, 제목에 쓸때없이 강조된 '하버드'에서 느껴지는 허세와는 다르게 이 책은 굉장히 위트 있고 쉽게 읽히는 책이다. 커피 한 잔 하면서, 메모장이나 소리내어 여러번 읽기 같은 도구 없이도 편하게 술술 읽었다.
세번째 책은 국내에서는 최근에 '디즈니 만이 하는것'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으나 성미 급하게 작년에 원서가 출판되자마자 사놓고는 진도가 안나간 채 묵혀뒀다가 다시 꺼내서 읽고 있다. 하지만 번역서가 나온 것을 안 이상... 국어로 된 버전으로 다시 읽을 생각에 원서는 진도가 안나가서 욕심을 접고 덮어버렸네. 나는 한글로 된 책을 읽을 때 집중이 안되면 원서를 꺼내서 읽는다. 그럼 더더 집중이 안되고 다시 한글로 된 책으로 복귀하면 그때는 정말 술술 읽힌다. 이 얼마나 간사한 ... ㅎㅎ
세 권 모두 반밖에 안읽어 놓고 왜 굳이 페북 포스팅을 열었는가 하면, 이 성격도 다르고 목적도 달라보이는 텍스트 들이 하고 있는 공통적인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저 3권의 내 식대로 책을 요약하면 이렇다,
예측 = 이론 + 경험 (데이터)
이론 : 데이터가 방대하게, 반복적으로, 증명된 상태. 즉 이론은 결국 경험 (과거의 데이터)의 시간을 줄여주는 도구인 동시에 너무 많은 조건과 제약을 퉁쳐버린 생략된 형태.
경험 : 지금까지 수집할 수 있었던 실제 데이터 (수집, 정리, 분석이 안된건 경험으로 치지 않는다)
모든 비지니스는 의사결정이라고 하는데, 이 의사결정이라는 단어 대신 '예측' 을 넣고 싶다. 비지니스 의사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옳을 수도, 그를 수도 있는 가변성 때문이고, 그 리스크에 대한 정량적 손익을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계산이 틀렸을 경우나, 계산을 뒤엎는 예외적인 상황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경영자들은 이 예측을 요령껏 잘 해내야한다.
* 왜 요령껏이라고 썼냐면, 예측 자체가 90%, 95% 신뢰구간안에 들어가려고 쉼없이 애쓰는 태도가 100% 완벽한 예측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예측이 과거에는 이론 한 쪽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고, 근래에는 데이터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올바른 , 거기에다 효율적이기 까지 한 예측을 하려면 이론과 데이터 두가지 모두를 균형 감각있게 차용할 필요가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이렇게 까지 길게 쓸 일이 아니었는데,
마케팅 논문 검색하고 거기서 이론 찾아서 정리하는 업무 습관을 강조하는 내가 '현실에 적용도 안되는 이론 같은거 왜 따져요?' 라는 챌린지에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막막했던 적이 한번 있던 터라 오늘의 사서로운 발견이 유레카에 가까웠다.
그리고 데이터로 측정가능한 모든 것에 집착적인 내가, 10년전에는 전혀 그런 마케터가 아니었다는 점도 어떻게 보면 큰 자산이다.
지금의 시대에도 '측정 불가능한 마케팅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거나, '측정할 수 없는 가치가 오히려 더 강력한 브랜딩 효과'라는 미신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 기꺼이 나의 경험을 이야기 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나의 측정가능한 데이터 분석 지향적인 기획 (data- driven- planning) 역시, 종착된 결과가 결코 아니며 앞으로의 비지니스 의사결정과 예측은 어떤 식으로 고도화되어갈 지 조금도 느슨해질 수 없이 공부해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과거에는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컨설턴트들이 새로운 마케팅 이론과 실무 방법론을 접목시키는 케이스가 많았지만 지금은 현업에서 접근가능한 실제 데이터를 매일 만지면서 분석하는 마케터가 이론까지 배운다면 파워풀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나와 함께 일하는 모두가 이론과 데이터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 까지 가는 것이 내 단기적 목표이다. 이 책 3권의 절반씩 졸면서 놀면서 읽은 결과칙고는 참 대단한 발견이 아닌가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