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소설보다 에필로그
- 소설 <아몬드>에서 찾은 글쓰기 이유
소설. 읽고 싶지만 자주 읽어지지 않는 장르다.
기본적으로는 저자와 직접 대화하는 듯한 수필이나 지식 전달 글, 주장 글 등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소설이 주는 유익함 이를테면,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간접 경험을 통한 삶에 대한 통찰, 주옥같은 문장들을 보물찾기 하듯 발견할 수 있는 매력이 있기에 가끔씩 찾아 읽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최근 몇 년간 베스트셀러 소설에 올라 있는 <아몬드>도 그런 이유에서 읽게 됐다. 인기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술술 빠르게 잘 읽혔다. 한 평론가는 이 소설이 '한국형 영 어덜트 소설의 등장'이라고 평했다는데, 6살 주인공이 고등학생 때까지 성장하며 겪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우리네 주변 또는 일상을 비틀어서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주어 공감이 됐다.
그러나, 내 마음을 가장 크게 울리고, 정녕 공감 가는 문장은 소설 본문보다 저자 '에필로그'에 있었다.
" 아낌없는 사랑으로 결핍 없는 내면을 선물해 주신 부모님과 가족에게 감사한다. 한때는 내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라난 것이 작가가 될 깜냥이 못 되는 거라 생각해 부끄러웠던 시절도 있다. 세월을 거치면서 그 생각은 바뀌었다. 평탄한 성장기 속에서 받는 응원과 사랑, 무조건적인 지지가 몹시 드물고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것이 한 인간에게 얼마나 큰 무기가 되는지, 세상을 겁 없이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주는지, 부모가 되고서야 깨닫는다."
최근 한동안 브런치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졌었다. 호기롭게 취미와 일상, 개인적인 감상을 공유한다고 했는데, 주변 이웃 작가님들의 다양하고 절절한 인생 경험에서 우러난 깊이 있는 글들에 그만 주눅이 들고 말았다. 내 쉬운 글이 점점 부끄럽게 느껴졌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을 뽐내거나 잘 쓰려고 노력하지 않고, 쉽게 쓰고 쉽게 읽히는 글을 지향해 왔음에도, 내 지난 살아온 경험이 너무 평범하고 미천하다고 느껴져서 '작가 될 깜냥'이 도저히 못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저 에필로그에서 무려 베스트셀러 작가님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니, 크게 공감됐다. 나 역시 부모님, 다른 가족들로부터 응원과 사랑,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아왔었지... 깨닫게 됐다. 아직 부모가 되어본 적은 없어 완전히 깨닫지는 못한 것 같지만. 그렇지. 독서의 매력은 이런 것이지.
아, 나는 역시 소설보다는 수필 러버.
쉬운 글 쓰기는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