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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하라 강변 Apr 25. 2021

25 달력에 '내 생일'이라 적어두셨다

-  엄마 생신 기념 진주 본가 방문기

이번 주말, 엄마의 생신을 맞이해서 고향 경남 진주에 다니러 왔다. 결혼해서 아이 둘을 둔 오빠네와 생후 15개월 된 아기를 둔 동생네는 코로나 영향으로 함께 모이지 못했고 멀리서 선물과 마음으로 축하를 보냈다.


어머니는 1950년 생으로 올해 일흔둘이 되셨다. 부모님 생신에 어떤 선물을 할 것인가 매번 고민을 하게 된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라며 설문 조사에서 부모님이 선호하는 선물 1순위가 '금전(용돈)'이라는 얘기를 자주 접해 용돈을 주로 드릴 때가 사실 많았다. 자식들 입장에서도 그게 제일 편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때마다 왠지 덜 고민하고 덜 신경 써드리는 것 같아 한켠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곤 했다. 너무 바빠서 선물을 고민할 시간조차 부족하거나, 한참을 고민해도 마땅한 선물을 찾지 못했을 때, 최후의 수단처럼 용돈을 드리곤 했다. 이번에도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얼마 전 친구가 알려준 명품화장품 패밀리세일 정보를 통해 엄마에게 드릴 영양크림과 로션을 미리 구입해 두었다.


그러다 작년쯤인가 속옷을 사달라는 말이 기억나 인터넷으로 한참을 검색해 보았다. 가성비가 좋은 홈쇼핑 제품을 먼저 찾아보니 너무 젊은 층 위주의 화려하고 요란한(?) 제품이 많았고 게다가 큰 사이즈까지 보유한 제품은 많지 않았다. 이제 나이가 드셔서 넉넉한 사이즈를 좋아하시고,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화려한 레이스나 장식적인 제품보다는 편안한 제품을 선호하시는 것을 알기에 좀 더 찾아보았다. 중년(레이디용) 여성용 속옷까지는 그래도 선택의 폭이 좀 되었지만, 할머니 제품들로는 너무 올드(?)하고 너무 밋밋(?)한 제품들이 많았다. 그런 제품을 아직까진 선물하고 싶지 않은 것이 딸의 마음이랄까. 이제는 100세 시대, 이 글을 읽는 속옷 관련 회사 종사자 분들이 계시다면 할머니 속옷 디자인도 한 번 더 고민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한참을 검색하다, 요즘 유행하는 브라렛 형태로 가슴과 등부분을 넓게 편안하게 잡아주고, 요란하지 않지만 잔잔한 무늬의 레이스가 있는, 너무 예쁜 연 카키색 제품을 비너스에서 발견하게 됐다(내돈내산). 내가 입고 싶을 정도로 적당히 편안하고 무난하며 색상도 은은하게 예뻤다. 다행히 사이즈도 선택의 폭이 넓었다. 엄마에겐 딱이라며 인터넷으로 바로 주문했고, 어제 진주에 도착해서 담소를 나눌 때 마침 택배가 도착했다. 몇 년 전에도 갓 유행하기 시작한 브라렛 제품을 선물해 드린 적이 있었는데, 입고 벗기가 불편해서 잘 안 입으셨단다. 그래서 내심 걱정했는데, 막상 이 제품을 입어보시더니 사이즈도 잘 맞고 적당히 마음에 드시는 듯했다. 다행이었다.  


부모님과 만나게 되면 또 챙겨드려야 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폰 사용법이다. 여고동창 네이버 밴드로 서로 소식을 주고받았는데 최근부터 안 된다고 하셨다. 얼마 전 여동생이 최신형 갤럭시 핸드폰으로 바꿔드리는 효도를 했는데, 그때 사용하시던 앱과 사진, 각종 데이터가 안전하게 이전되었지만 자동 로그인이 해제된 것이었다. 엄마가 적어서 보관하시는 아이디와 비번 정보를 보고 새로 자동 로그인 설정을 해드렸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방역 QR코드 열기가 어렵다고 하셔서 카카오톡 QR코드 '쉐이크 기능' 사용하기 설정으로 변경해 드렸다. 아버지께도 해드린다 말씀드리니, 본인은 은행에 갔더니 직원이 도와줘서 이미 사용하고 계시단다.


두릅, 죽순, 가죽나물, 산나물 등 내음 가득한 반찬에, 엄마 스스로 준비하신 찰밥과 미역국을 부모님과 함께 먹으며 딸은 행복했다. 이 글을 마치는 대로 일요일 오전 엄마와 함께 남강변으로 산책을 나갈 계획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과 그 부모님의 건강한 산책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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