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하라 강변 Jun 25. 2021

30 결국, 사랑

- 지혜를 얻기 위해 내가 깨달은 한 가지

몇 해 전 불혹을 앞둔 나는 조바심을 냈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아온 그 단어가 주는 묘하게 압도적인 느낌 때문이었다.


불혹(不惑)

나이 40세를 이르는 말.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공자가 40세에 이르러 직접 체험한 것으로, <<논어>> <위정편(爲政編)>에 언급된 내용이다. (출처: 두산백과)


마흔이 되면 미혹됨 없이 온전하고 성숙된 판단을 할 수 있을 거야, 라고 어려서부터 막연히 기대해 왔던 것 같다. 그런데 서른이 지나 서른 중반이 되고 마흔이 가까워질 때에도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그대로 였다.


내가 왜 그때 그 말을 했을까?

왜 그런 행동을 했지?

왜 다르게 행동하지 못했을까?


어려서부터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나는, 인문철학서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조바심을 느끼게 되자 더욱 닥치는 대로 탐독하기 시작했다. 몇 번의 연애가 끝났을 때, 어떤 연애는 끝난 것이 아니라 참패했다는 열패감을 안겨준 경우도 있었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깨닫고 연애서적을 비롯 인간관계를 위한 서적 20~30권을 사서 책으로 연애를, 관계를 다시 배우기도 했던 나다. 책을 통해 알게 되고 깨닫는 것은 늘 많았지만 늘 그때뿐이었다.


막상 지혜가 발휘되어야 할 긴박한 순간에, 나의 고집과 아집이 어김없이 드러났다. 그때마다 나는 항상 좌절하고 자책했다. 그러던 즈음, 어느 책에선가 어떤 구절을 읽으며 알게 됐다.


지혜는 사랑에서 나온다고.


찐 사랑을 해야 저절로 지혜가 발휘된다는 걸, 그래서 학력, 재산, 신분 기타 조건과 상관없이 지혜로운 사람과 사연이 주변에 넘쳐나는 거였구나, 진심으로 알게 됐다.


오늘 내가 이 얘기를 쓰게 된 계기는, 며칠 전 감사님과 식사를 하면서 따님에 대한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내가 깨달은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님은 나와 비슷한 또래의 따님을 두셨다. 어려서부터 기가 너무 세서 부모로서 키우면서 잘못될까 염려되어 많이 누르면서 키우셨다는데, 예상하듯이(?) 공부도 잘해서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들어갔고, 그런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서른 무렵 사업까지 시작했던 당찬 분이었다. 그래서 결혼해서도 혹시나 잘못될까 엄청 걱정하셨단다.


그런데 웬걸? 우리가 알던 애가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현모양처로 살고 계시단다.

내가 흥미롭게 물었다. "아니, 감사님. 어떻게 그렇게 됐대요?"


"자기가 사랑하니까 그렇게 되더라고."


...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매거진의 이전글 29 넌 왜 항상 뒷자리에 타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