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어느 제주출신 방송작가님의 찐 제주 맛집 리스트에 관한 글을 아침 바쁜 출근길에 읽으면서 '어머! 이건 꼭 저장해 두어야 해.' 하며 네이버 지도에 저장해 두었었다. 내가 좋아하는 제주였고 오프라인 상으로 알고 지내던 작가님이 알려주신 곳이라 더 신뢰가 가고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조만간 내 고향 진주 맛집을 소개해야지, 했었는데 벌써 몇 달의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드디어 오늘 내 최애 진주 맛집 한 곳을 소개하려 한다.
[ 진주 수복빵집 ]
전화 055-741-0520
주소 경남 진주시 촉석로 201번 길 12-1
영업시간 매일 12:00~15:30 재료 소진시 마감
가격 찐빵 4개 3,000원 팥빙수 6,000원
나는 어릴 때부터 찐빵이라 하면 아래 사진과 같이 호빵 같은 찐빵에 팥 소스가 잔뜩 끼얹어 먹는 것을 찐빵으로 알고 자랐다.
그러다가 크면서 유명한 '안흥찐빵' , '옥수수 찐빵' 같은 더 유명한 찐빵을 알게 됐다. 아, 여기 진주에서만 이런 찐빵을 먹었던 거구나,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 알게 됐다.
수복빵집은 진주 중앙시장 초입에 있는, 무려 1948년에 문을 열어 현재 70년이 넘은 노포다. 그도 그럴 것이 1949년, 1950년 생으로 진주고등학교와 진주여고를 나온 아빠, 엄마는 물론 예닐곱 살 더 많은 이모들이 중, 고등학교를 다녔던 학창 시절부터 이미 유명했다고 한다. 그 시절엔 대기업, 산업화라는 용어가 생소했던 시절이라 롯데, 오리온, 해태 등의 시중 과자 같은 것이 없어서 오로지 수복빵집과 같은 지역 빵집이 인기였는데, 학교 매점에까지 납품을 했었던 곳이라고 했다. 부모님에게도, 이모님에게도 추억의 맛인 거다.
수복빵집 찐빵은 우리가 아는 호빵이나 안흥찐빵 보다 약간 작은 크기로, 지름이 대략 5~6cm 되는데 안에는 많이 달지 않은 팥소가 가득 들어있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갈린 뜨거운 팥 소스를 찐빵 위에 가득 부어 주신다. 그러면 포크로 부드러운 찐빵을 적당히 나눈 뒤 계피향이 베인 팥 소스를 가득 묻혀 한 입에 넣으면 입 안에서 축제가 벌어진다. 달고 부드러운 팥 맛에 빵의 탄수화물의 맛이 더해져 맛이 입안에서 폭발한다.
여기서 수복빵집의 또 다른 대표 메뉴 팥빙수를 소개해야 한다. 찐빵과 정말 찰떡궁합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주인아저씨가 쇠로 된 오래된 제빙기로 큰 얼음을 직접 갈아 내리신 뒤 그 위에 팥 소스를 잔뜩 얹어 주시던 기억. 최근에 가보니 전기식 팥빙수 기계로 바뀌었고, 그 아드님이 얼음을 내려 팥빙수를 만들어 주셨다.
(좌)(중) 집으로 포장해 온 팥빙수와 찐빵/ (우) 매장에서 직접 먹을 때의 팥빙수
수복빵집의 팥빙수에는 계피향이 강하게 난다. 시나몬 향이라고 표현하기에 부족한 정직한 계.피.향. 달게 쑨 팥소, 팥 소스가 설탕, 계피와 만나 개성 강한 팥빙수가 만들어진다.
찐빵을 먹다가 팥빙수를 한 입 떠먹으면, 따뜻한 단맛을 계피향과 시원함으로 중화시켜 새로운 차원의 행복한 맛을 가져다준다.
서울에 사시는 이모님은 진주에 오실 때마다 10만 원 어치 이상의 찐빵을 사가기도 하셨다. 그런데 이렇게 살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다. 매일 오후 12:00~ 15:30까지만 영업을 하시는데, 그 마저도 오픈 전부터 줄 서 기다린 사람들과 포장 손님들을 차례로 맞이하다 보면 훨씬 일찍 재료 소진으로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서, 부산에서 개업 변호사를 하는 내 친구도 진주지원 재판을 갔다가 3번을 실패하고서야 겨우 먹을 수 있었다고 했다.
우리 가족의 노하우를 살짝 알려드리면, 오픈 시간인 12시 전 조금 일찍 방문하여 기웃기웃거리면, 정이 많으신(?) 주인 할머니께서 덥고 추운데 기다리는 게 안타까워서 오픈 전에도 준비가 되는 대로 판매를 하시기도 하시는데, 그 타이밍을 노려보시라. 우리 집에서는 더욱더 킬링 포인트로 흰머리와 흰 눈썹을 날리시며 아버지가 대표로 사러 가시는 경우도 많다. 온 가족이 애정 하는 추억 이상의 맛을 전해주는 수복빵집이 백 년 이상의 가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