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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하라 강변 Aug 22. 2021

33 서핑으로 시작해 다이빙으로 끝나는

- 예전엔 맞고 지금은 틀리지만

변호사 초년 활발히 변호사 모임을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사회 경험 없이 뒤늦게 직장인이 된 데다 1인 사내변으로 일하다 보니, 동종 직업군이 그리웠을뿐더러 선배, 동료들의 조언이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연륜과 경륜이 있는 변호사 선배님들은 물론 나와 비슷한 이유로 모였을 젊은 변호사들이 활발히 친교 하며 서로의 선배와 동료가 되어 주는 그 모임이 나는 좋았다.


5~6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서핑과 스쿠버다이빙이 대중적으로 갓 유행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 모임 안에서도 강원도 양양 서핑 투어가 여러 번 진행되었는데 나는 그때는 정말이지 호기심이 일지 않았다.


어떤 변호사님은 "강변, 운동 좋아하고 잘한다면서 왜 신청 안 해?"라고 대놓고 묻기도 했던 것 같다. 그때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운동을 좋아하고 잘한다는 그 말은 '예전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것이었다.


나는 만능 스포츠맨이라 불리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여러 운동을 함께 하면서 여러 타인들로부터 운동신경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다. 아기 때 7~8개월부터 걸었다는 얘기며, 유치원 및 초등학교 때는 남자아이들을 이겼을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기 전까지 무수한 달리기 시합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었고, 4학년 가을 운동회 날 처음 출전한 4~6학년 남녀 혼합 오래 달리기 종목에서 1등을 했던 일, 지금은 없어졌다던 중고교 체력장에서 모든 항목의 점수를 합산하면 체육특기생을 제치고 전교 1등이었던 점,  대략 만 명 이상 가르쳐 보았다던 생활체육 탁구 코치가 본인이 지도해 본 사람 중에 운동신경이 제일 뛰어나다고 얘기한 적도 있었던 일 등등 한 20년을 그렇게 자라다 보니, 내가 운동을 잘하고 좋아한다는 명제에 단 한 번도 의심을 품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5~6년 전 그때 왜 서핑을 안 가냐는 그 말에, 나는 스무 살 이후 15년, 20년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가 변했음을 불현듯 깨달았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 나는 운동을 잘하지 못해.'


옛 말 하나 틀린 것이 없었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내가 오랜 수험생활을 거치며 앉아서 하는 취미 활동, 드라마 몰아보기, 자수, 음악, 그림, 독서 등을 오랫동안 즐겨오자 나는 그런 '정적'인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 사이 '건강', '몸짱', 'PT', '러닝', '마라톤' 등이 성행하며 꾸준하게 스스로를 단련하며 운동 '즐김'을 너머 '중독'에까지 이르게 된 사람들을 나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나는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확실히 변했다고 느꼈다. 그런데, 올해 5월인가 지금은 종영된 온앤오프라는 예능에서 엄정화가 실내 서핑장에서 너무나 멋지게 파도를 타는 것을 보고 서핑에 매료되고 말았다.


엄정화도 5년 전쯤인 마흔다섯 살에 절친인 피아니스트 정재형이 서핑을 권해서 '어머, 이 나이에 웬 서핑이야' 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재밌어서 계속하게 되었다 했고, 지금은 찐 멋진 써퍼가 된 것이다. 그녀의 모습이 너무 활기차고 에너지 넘쳐서 넋을 놓고 화면을 보다가 결심했다. 2021년 버킷 리스트는 서핑, 너로 정했다.


그래서 올 5월에 8월 여름휴가 기간에 맞춰 제주 서핑/다이빙 스쿨에서 운영하는 펜션 3박을 미리 예약해뒀다. 무더운 여름의 끝, 늦여름에 주도로 여름휴가를 떠나게 됐다. 그런데, 제주 날씨가 비 오거나 바람 없이 잔잔한 날씨여서 서핑이 적합하지 않다며, 강사님께서 스쿠버다이빙을 권해주셨다.


' 아무렴 어때, 난 다 좋아! '


첫 스쿠버다이빙 체험은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호흡법을 배웠어도 막상 물속으로 잠수하려니 순간 겁이 나서 '아~ 잠깐만요!' 하고 배영으로 하늘을 보며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 준비됐어요! "


호흡을 정렬하고 들어간 물속 세계는 아주 신비로웠다. 제주 맑은 바다 수초 속 다양한 물고기 떼도 보고, 햇빛이 물속으로 비치는 풍경 등 그 모든 것이 너무나 근사했다. 바닷물과 산소통 공기가 만들어 내는 소리도 아주 매력적으로 들렸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

앞으로 스쿠버다이빙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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