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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훈 Mar 01. 2020

게스트하우스 청년 창업 - 도시청년 시골정착기 ①

게스트하우스도 하고 지역정착도 하는 꿈

부산 청년이 대학교(한국전통문화대학교) 진학을 하면서 처음 부여 땅을 밟았다. 

역사탐방 수학여행지로 유명한 도시지만

경상도와 충청도는 서로 꽤 멀다. 

(부산의 학교들은 역사탐방을 가면 주로 경주의 신라문화권 아니면 경기/서울이다.)


아부지, 돌 굴러가유~


처음 부여를 왔을 때, 가장 크게 받았던 느낌은 '느리다'.

정말 느렸다. 마트를 가도 계산이 느렸고 관공서에서 서류 떼는 것도 느렸다. 

지금은 부여에서 10년 가까이 살다보니 익숙해졌다.

(체감상 빨라진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이 익숙함의 무서움인가...)


같은 대한민국에 살아도 생활양식과 성향이 꽤 다르다. 

강한 운전자만이 살아남는 붇싼!(부산)에 비해 부여의 도로는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시장을 가도 1분이면 상인과 고객이 가격 협상과 구매 결정을 내리는 부산에 비해

부여는 적어도 3~5분의 심리전이 필요했다. 

그리고 충청도 사람들은 심리전을 즐기는 탓인지, 

과묵한 부산남자인 나보다 정말 말이 없다...


한두번 여행 와서는 느낄 수 없고,

실제로 살아보니 느껴지는 지역만의 정서가 있다. 


좋아하는 지역을 여행하는 일과 사는 일은 정말 다르다. 


야, 그게 되겠냐?


모텔만 즐비하던 충남 부여에 게스트하우스를 연다니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게 잘 되었다'.

당시엔 별다른 조사나 고민이 없었다.

1. 부여는 관광지

2. 요즘 대세인 게스트하우스가 없네?

3. 내가 게스트하우스하면 잘 되겠다!

라는 짧은 생각으로 시작했다.


어리석은 판단에도 5년간 운영이 잘 되었던 이유는 세 가지로 추측된다. 


첫째는 서비스 모델이다. 관광객은 모텔(저렴하지만 다소 비위생적인 이미지의 숙박업소)과 리조트(위생적이고 시설이 좋지만 비싼 숙박업소)의 중간쯤 되는 숙박업소를 필요로 했다. 파티, 지역성과 같이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하겠지만, 여행자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숙소는 '저렴하면서 위생적인 숙박업소'다. 


대한항공 2016년 CF 게스트하우스 프랑스편

둘째는 마케팅이다. 대중에게 '여행을 가면 게스트하우스'를 가는 거라고 대기업들이 알아서 마케팅을 해줬다. 게스트하우스라는 새로운 여행 숙박 트렌드를 접한 관광업체와 관광공사는 게스트하우스를 소재로 각자의 영업을 이어갔다.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마케팅 경쟁이 또 게스트하우스 영업에 한몫 했다. 


셋째는 독점/선점이다. 2015년 당시 부여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없었다. 부여 롯데 리조트(비싼 곳)와 읍내 모텔(저렴한 곳)이 전부였다.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진 관광객들은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2015년 9월 오픈 이후 몇 곳이 모텔을 개조해서 이름만 게스트하우스를 한다던지, 새로이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했지만 이미 네이버 검색에서 '부여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면 실제 후기를 비롯해 나의 게스트하우스 글이 압도적이다 보니, 독점/선점 효과는 길게 이어갈 수 있었다.


그 외 농어촌민박 활성화, 백제역사유적지구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었다. 그 요인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써내려갈 연재글에 차차 담아갈 예정이다.



어설픈 솜씨가 매력(?)인 네이버 모두 홈페이지 홍보물


얼핏 이런 글은 광고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을 비롯해 앞으로 써 내려갈 글은 광고가 아니다. 

왜냐하면 부여 최초 게스트하우스 여행자숙소 마당은 영업을 종료했기 때문이다.


무릇 광고는 영업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 법. 


부여에 연고 없는 부산청년이 금강에서 살아보겠다고 맨손으로 창업한 여행자숙소 마당은

장사가 잘 되다 보니 올해부터 집주인이 직접 사용키로 했다. 재계약은 없다는 뜻이다.


맞다. 젠트리피케이션이다. 


2018년 무자비한 월세 인상으로 칼부림까지 일어난 서울 궁중족발 사건에 비하면

별것 아니겠지만, 재계약 기회조차 없는 내게는 적잖은 큰일이다.


하지만 집주인이 계약 연장 안 해준다고 투덜거릴 마음은 없다.

임대차 보호법이 그런 걸 어떡하겠나?


다만 연고없는 지역이었던 부여에서 게하를 창업하고 

정착과 함께 부여 여자를 만나 결혼하게 된 스토리를

내 머릿속에만 두기엔 아까웠다.


대단한 성공 스토리는 아니다.

지역 정착에 성공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까지 했으며, 장사도 잘 되었다.

그러니 성공스토리로 포장할 수도 있지만, 나는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빚만 늘었다(스포)


이마저도 소상공인 대출(2,000만원)을 제외한 잔액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아마 

게스트하우스 창업을 준비할 수도 있고

지역 정착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도 있다.


2014년 게스트하우스 창업과 시골 정착을 준비할 당시 쓸만한 정보가 정말 없었다.

그나마 있던 정착기와 게스트하우스 창업기는 ‘제주도’가 대부분이었다.


창업과 지역살이엔 정석이 없지만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정착("이라 읽고 생존이라 부른다.")과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지역에서 매력적인 공간을 준비 중인 사람에게도 참고할만한 글이 되었으면 한다. 


도시청년이 꽃다운 나이 24세 - 29세 기간 동안 게스트하우스와 시골 정착에 청춘을 쏟았다.

맨몸으로 부딪히며 얻게 된 노하우와 경험 사례가

모든 이에게 유효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보나 사례가 간절한 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만큼 지역 정착은 기댈 곳 하나 없이 홀로 서야 하는 정글(Jungle)임을 충분히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년인구유출로 고민인 지자체와 중간지원조직

지역에서 청년창업을 유치하려는 지역 공무원과 행정가에게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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