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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바스 컬처뉴스 Jul 24. 2017

하늘과 땅 차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Life Stories - 펜바스 컬처뉴스

(이 글은 펜바스 컬처뉴스 '알바 라이프' 취재를 통해 작성된 실제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도 들어온다. 어김없이 새벽 이 시간이 되면 익숙한 트럭이 매장 앞에 정차를 한다. 늘 보던 그 운전수 아저씨께 인사하고 물건을 내린다. 하나, 둘, 셋, 넷... 자그마치 17개의 크래들이 내려진다. 매장한 켠 가득 쌓인 이것들을 신속히 배치해야 한다. 우리 매장은 주택가의 끝과 한산한(망해가는) 사무 지구의 끝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어, 적당한 업무량을 가지고 있지만 출근시간 손님이 몰리는 아침시간에는 이렇게 미리 배치를 해놔야 한다. 그래야 나도 편하고 몰려드는 손님들도 편하다.


예전에는 한 시간이 넘게 걸리던 배치가 3개월이 지난 지금은 15분도 걸리지 않는다. 밤부터 출근하는 나는 이 시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시제를 확인하고 교대자와 바통터치를 하며 퇴근하는 시간이거든. 나는 원래 밤잠이 없었다. 정확히는 낮잠이 많다고 해야겠다. 휴학하고 군대를 다녀왔지만 막상 제대하고 나서 무얼 해야 할까라는 의욕이 없었다. 군대에서 2년 동안 다른 세상 사람으로 살다가 사회에 나오기 두렵기도 하고 어려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쥐어진 자유는 틀에 박힌 생활을 하던 나에게 끝없는 방랑만 줄 뿐이었다.


그렇게 게임과 인터넷, 술 등으로 나날을 보내다 보니 나는 어느새 주침야활족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중 용돈이 필요했다. 성인이 되어서 부모님께 용돈을 타 쓰기도 죄송하고 스스로 벌이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찾아본 알바 중 내 생활패턴에 맞는 건 편의점 밖에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점장님도 젊고 아르바이트 출신이었다가 돈을 모아 차린 편의점이었다. 대기업 입사가 목표였던 나의 목표는 점장님을 롤모델처럼 쳐다보며 편의점 점장이 되려 하고 있었다. 물론 그건 잠깐의 망상이었지만...


나는 주어진 새로운 일에 재미를 느껴 곧 잘 적응하게 되었다. 군대에서 하던 작업에 비하면 이건 심심풀이 수준이라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내가 일병을 지나 상병을 막 달려던 시절 내 맞선임이 그런 말을 했다. 군대는 간부와 싸우고 시간과 다투는 곳이라고. 편의점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일은 많지 않았고 어렵지 않았지만, 시간이 정말 안 갔다. 사실 편의점 알바라는 게 엄청난 유동인구를 가진 지점이 아닌 이상 아주 적은 업무량으로 아르바이트비를 받아가는 소위 월급루팡질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알바이기도하다. 결국 나는 업무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다투는 일이 더 큰 일이었다.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폰에 영상을 받아오거나 노트북을 가져와 인터넷이나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때웠는데, 부피도 크고 귀찮기도 해서 나중에는 그냥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며 노는 기술만 늘었다. 잠들기 전에 누워서 폰질하는 것, 그걸 앉아서 하다가 손님이 오면 잠시 멈추고 물건을 팔고 계산을 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편했다. 정해진 시간마다 청소와 정리를 하곤 했는데 진열대 정리를 하다 보면 의외로 흐트러진 게 많았다. 군대에서 각잡기로 정평이 나있던 나는 편의점 물건들도 각을 잡기 시작했고 그걸로 점장님한테 군기가 안 빠졌다며 반 놀림 반칭찬을 받곤 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면서 자꾸 들었다 놨다 하는 손님들이 제일 미웠다. 몰래몰래 째려보기도 했다. 확실히 점장님이 좋은 분이면 나도 일이 편하다. 편의점 두 곳에서 알바를 해봤는데, 젊은 점장님이 계신 곳에서는 업무량도 적당하고 마음도 편했다. 마치 잘 챙겨주는 큰형 같은 느낌이라 적응하기도 좋았고 교대자들끼리 살짝살짝 신경전이 나는 부분도 점장님이 젊은 감각으로 잘 케어해주셨다. 나이 많은 점장님이 있는 편의점은 정말 힘들었다. 속칭 꼰대라고 말하는 그런 느낌의 아저씨 점장님이었는데 본업은 따로 있고, 부수입으로 편의점을 돌리는 듯했다. 그러다 보니 점장이란 사람은 편의점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몰라 방치하는 수준이었고, 다른 알바들과의 감정싸움이 멈추는 날이 없었다.


배치나 시제 방식 등등 각자의 스타일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교대자들끼리의 충돌은 당연했고, 이를 파악하고 중재해주거나 기준을 제시해야 할 점장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점장의 아내분과 초등학생 아이들이 너무 심하게 알바들을 괴롭혔다. 사모님이랑 아이들이 툭하면 와서 물건을 가져갔다. 바코드도 안 찍고 “이거 우리 애들 먹일게~” 하며 가져가는 때가 흔했다. 그럼 내가 또 그 물건이 뭔지 순간적으로 보고 다시 가서 찍고 갖다 놔 야한다. 이게 반복되니 매우 짜증이 났다. 게다가 그러면 시제 빵꾸가 나는데 이걸 구식으로 수필 기재해서 나중에 정산 때 장부 처리하고 주말마다 따로 정산을 해야 했다. 무슨 생각으로 편의점을 하는지, 편의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니 점장은 자기 가족에게 이러저러한 주의사항을 말해줄 능력도 안됐다.


그래서 그냥 그만두었다. 같은 편의점에 비슷한 숫자의 손님이 오는데 업무강도가 이리도 달랐다. 편의점 알바를 해보려는 사람들은 주변 상권, 주거지역, 유동인구 이런 걸로 업무량을 파악하곤 하는데 물론 나도 그랬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편의점 알바가 꿀알바가 되느냐 헬 알바가 되느냐는 점장에게 달려있었다. 아주 바글바글 미어터지는 자리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사람이 많이 와도 업무 자체가 힘들진 않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편의점 알바의 실질적인 업무가 힘든 사람이면 뭘 해도 안될 사람이다.


알바를 구 할 때, 편의점 알바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적어도 편의점을 먼저 가보고, 점장(사장)과 면접을 보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예전에 방문했을 때 그 사람이 있었는지를 보면 된다. 편의점 꿀알바는 점장 손에 달려있다. 이 부분을 잊으면 안 된다.




조금 색다른 시각, 특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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