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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바스 컬처뉴스 Jul 25. 2017

고깃집 알바는 구워주는 알바로

Life Stories - 펜바스 컬처뉴스

(이 글은 펜바스 컬처뉴스 '알바 라이프' 취재를 통해 작성된 실제 이야기입니다)


고깃집 알바에 대해 써볼까 한다. 고깃집 알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서빙과 주방. 주방을 알바로 뽑는 것은 사실 경력자나 조리사 자격증 보유자, 취사병 출신 등등을 뽑지 나 같은 양민 학생은 그럴 일이 없다. 그러니 서빙 알바 이야기다. 고깃집 서빙 알바도 두 가지로 나뉜다. 구워주는 알바, 안 구워주는 알바. 느낌상 안 구워주는 알바가 편할 것 같지만 각자 장단점이 있다.


나는 두 가지를 모두 해보았는데, 내 적성엔 구워주는 알바가 더 맞았다. 왜냐하면 안 구워주는 알바는 일단 알바 자체를 적게 뽑는다. 그 이야기인 즉 업무량이 과다하고 돌아다녀야 하는 동선이 많다는 소리다. 고깃집 서빙 알바는 사실 어느 정도의 위험을 동반한다. 뜨거운 서비스 된장찌개라던지 불판이라던지 이런 것들을 수시로 날라야 하는데 약간 과장을 하면 제철소에서 일하는 것의 간접체험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 숯불구이집이라면 숯의 난이도가 증가한다. 숯은 뜨거움+무거움이라는 헬 난이도를 자랑하는데 이게 나도 다쳐선 안되지만 손님도 다치면 안 되는 특 위험물질이다. 익숙해지면 숯을 행주처럼 휙휙 다루게 되지만 알바가 그런 경지에 가려면 6개월을 해도 모자라다. 결국 긴장한 상태로 일을 하게 되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꼭 숯 때문에 사고가 난다. 그래서 나는 숯 들어가는 고깃집 서빙 알바는 사실 추천하지 않는다. 물론 숯불구이집의 페이는 조금 센 편.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고기 구워주는 알바를 더 이야기해보겠다. 아무래도 구워주는 집은 고기의 판매 가격도 높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비도 잘 나오는 편이다. 게다가 안 구워주는 알바에 비하면 동선이 극히 짧다. 그 말인 즉 확률적으로 안전하다는 거다. 게다가 알바도 많이 뽑아서 심심하지도 않다. 고기 굽는 재미도 있고 손님들 이야기 듣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다. 가끔 말 걸어주는 손님들도 있는데 주로 성격 좋거나 예쁜 여자 손님, 술 조금 들어간 아저씨 손님들이다. 가끔 팁도 주신다. 그런 날은 기분도 참 좋다.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 자료 출처: tvN


종종 눈이 휘둥그레지는 장면을 보기도 한다. 커플 손님이었는데 고기를 다 구워줬는데도 한점도 먹질 않는 거다. 고기가 탈것 같아 얼른 가서 고기들을 상추두겹에 올려두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곧 헤어질 것 같았다. 괜히 눈치 없이 오래 서있기 뭐해서 샥샥 빠지긴 했는데 결국 상추 두 겹이 검은 상추가 되고 고기들은 육포가 될 때까지 그들은 고기에 손도 대지 않았다. 일하다 보니 자리에 없어 다른 알바한테 물어보니, 여자 쪽이 크게 잘못해서 헤어지는 거라고 가게 앞에서 남자한테 울면서 헤어지지 말자고 매달렸다는 것 같았다. 아님 말고.


구워주는 알바의 힘든 점도 있다. 이건 해본 사람은 아는 그런 내용인데, 고기를 구워주면서 나는 한점도 먹지 못하다 보니 식욕이 폭발한다. 나는 한 달 정도까진 그랬던 것 같다. 그걸 아시는 사장님은 가게가 끝나고 알바들을 모아 꼭 고기를 구워주시곤 했다. 물론, 한 달쯤 지나니까 고기 냄새 때문에, 그리고 고기를 자주 먹어서 고기 구울 때도 식욕이 폭발하는 일은 없었다. 가끔씩, 아니면 비 오는 날엔 한 번씩 식욕이 터지긴 했으나… 신입 아르바이트생들이 들어와서 고기 먹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터지곤 했다.


여러 알바를 해보았지만 가장 재밌었고 기억에 남는 알바가 구워주는 고깃집 서빙 알바였던 것 같다. 사장님이 좋은 분이면 더 좋고 같이 일하는 알바들이 재밌는 사람들이면 더 즐겁다. 그때 알게 된 사람들이랑은 군대 생활관 식구들 만큼이나 끈끈하게 연락을 주고받는다. 고깃집 알바 구하는 팁? 맛있는 고기를 파는 곳이 좋다. 일하는 즐거움 다음에는 먹는 즐거움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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