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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바스 컬처뉴스 Aug 29. 2017

기계를 능가하는 사람들,
컴퓨터 조립업체 아르바이트

Life Stories - 펜바스 컬처뉴스

이 글을 보는 독자들의 과반수는 컴퓨터로 이 글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 과반수는 컴퓨터를 조립할 줄 알 것이다. 그런 일을 대신해주는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엄청난 개수의 연장들, 사람이 하는 일중 이렇게 많은 도구를 쓰는 직업이 몇 개나 될까? 치과의사도, 수술대에서 수술을 하는 전문의사도 이렇게 많은 도구를 쓰진 않을 것이다. 컴퓨터는 크고 작은 부품들이 다양하게 모여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도구이다. 그러다 보니 셀 수 없는 가능성의 조립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그렇게 많은 가능성을 맞춰 주려다 보면 이렇게 많은 연장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컴퓨터와 상관없는 스포츠용품업체에 취직했지만, 컴퓨터를 좋아했던 나는 취직하기 전 컴퓨터 조립업체에서 잠시 용돈벌이를 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의 컴퓨터를 조립해주곤 했던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조립에 대한 재미를 놓을 수가 없었다. 사실 아르바이트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어떻게 검색해보다 보니 그런 일을 하는 전문업체가 구인공고를 내었고, 나는 왠지 모를 이끌림으로 그 업체를 방문했던 것이었다.


업체에 가기 전 나의 예상은 10 평 남짓한 작은 점포 공간에 컴 몇 대를 놓고 조립도 하고 A/S도 하는 그런 샵을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업체에 가보니 작은 점포 공간은커녕 커다란 공장 같은 건물 안에 천장을 뚫을 듯이 쌓여있는 수백 대의 컴퓨터가 내 시야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열 사람 정도가 일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남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해온 조립 실력은 그곳에서는 기본적인 소양일 뿐이었고, 밀려는 일의 양에 초인적인 속도로 조립을 해야 하는 말 그대로 공장 같은 곳이었다. 자신감이 증발해버렸다. 평소 조립 깨나 한다고 자부했던 나의 자존심은 이미 업체 입구에서 날아가버렸고, 숙련자들의 작업 속도를 보며 나도 모르게 입을 아~하고 벌리며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작업은 평소 하던 조립과 큰 차이가 없었다.


부품 확인 > 조립 > 전원 넣기 > 테스트 > 출하


하지만 이 속도가 과연 사람의 속도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빠르게 했어야 했다. 밀려드는 주문에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었으며 처음에는 부품을 헷갈리기 일수였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나도 하루 이틀 만에 잘 적응을 했다. 어렵지 않게 생각했던 일에 속도만 늘리면 되니 하루하루 그 작업이 나아졌었다. 후에 물어보니 주변 숙련공들도 모두 나 같은 경험이 있고 나 같은 발전이 있었단다.


개인 PC 주문은 까다롭다. 개인 취향에 맞춰 부품들을 하나하나 가져와 조립을 하고 테스트를 해서 출하해야 했다. 하지만 단체 PC 주문(PC방)은 아주 쉬웠다. 부품을 산처럼 쌓아두고 똑같은 방식으로 수십대를 쫘르륵 조립하여 세워둔 뒤, 들고 다니는 모니터(asus 모바일 디스플레이)를 돌아다니며 꽂아가며 테스트하고 출하했다. 이래서 대량생산이 효율적이라는 거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쓰는 PC는 그런 곳에서 만들어진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가끔은 자기가 쓸 PC를 직접 조립해봤으면 좋겠다. 세상은 날로 발전하는데 그 발전을 위한 기계를 자기 손으로 한대쯤 만들어보는 것도 좋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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