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편지를 읽으며, 당신이 하는 말
"너를 사랑해 오며 내가 성장한 것 같아"
우리의 7년 연애편지를 한 장 한 장 찬찬히 읽어보던 남편이 혼자 갑자기 찡해진 듯한 얼굴을 하고는 이런 말을 했다. 재미있는 건 내가 당신에게 쓴 편지보다는, 자신이 나에게 쓴 편지를 보고는 뭉클해진 것이었다. 7년의 시간 속 마음이 몇 장의 종이 속에 움큼 담겨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1주년, 2주년, 3주년, 1000일... 자신의 마음을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그때의 자신이 생각난 걸까 갑자기 마음이 몽글몽글하다며 "너한테 더 잘해줄 거야!" 공중에 소리쳤다.
그런 모습이 귀엽기도 웃기기도 하면서 이런 생각도 했다. '역시 자신의 성장을 바라보는 건 소중하고, 감동이구나!'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내가 그 성장에 가까운 대상이 된다는 것이 감사했다.
누군가 성장의 과정에 중요한 대상이 된다는 건 기쁜 일이다. 나 또한, 당신을 사랑하고 때로는 사랑하는 만큼 내가 밉기도 하고 결국 그 단계를 넘어서 당신이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며 컸다. 정말이지 이건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종류의 '자람'이었다.
장기연애는 종종 자라나는 마음과는 반대의 단어들과 많이 엮이는 듯하다. 설렘, 새로움, 낯섦, 흥분 이러한 단어보다는 편안함, 이해, 고요, 안정감 등 변동이 크지 않은 단어와 자주 사용된다. 물론 시간의 힘이 주는 이러한 느낌과도 어울리지만 장기연애 안에도 여전히 연애 초반의 새로움도 존재한다. 변하는 취향, 몰랐던 생각, 새로운 습관 등...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일 새롭고 매일 변화하는 인간의 존재에 흥미롭고, 놀란다. 때로는 '이 시간을 내가 당신의 옆에 가장 오래 있었는데, 내가 아직도 모르는 게 있다고?' 하며 어떤 존재를 안다는 것에 승부욕이 불타기도 한다.
특히 긴밀한 관계는 너무 가까이 있어서 일부러 시선을 떨어뜨려서 보지 않으면 그 파도에 휩쓸려 마치 내가 파도가 되어버린다.
우리가, 내가, 당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무엇이 그것을 나타내는지 '탐구'하려 한다면 똑같은 하루도 없고, 똑같은 나도, 당신도 없다.
"너를 사랑해 오며 내가 성장한 것 같아"라고 말하는 남편의 말을 들으며 매우 힘들었던 시기의 내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며 자신이 더 아파했던 남편의 눈빛과 걱정이 떠올랐다.
남편의 말에 "나도"라고 대답하며,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지를 두 눈으로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건 어려웠고, 이렇게 글로나마 남겨본다. 나도 당신을 만나 정말로 많이 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