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

4.

by EARNEST RABBIT

잠이 오지 않는 밤.


저녁 8시가 넘어 오랜만에 마신 커피 한 잔으로 시간을 할당받았다.

할당받은 것이 맞다. 난, 올래 이 시간 어둠의 깊은 심연에 내 몸을 잠시 맡기는 종이니까.


모두가 잠들어 있을 시간 초롱 초롱한 내 눈과 뇌는 각성의 상태를 신체에 지시한다.

뇌의 지배 안에 갇힌 신체는 그들의 신호와 반응 값에 순종한다.


순종. 이토록 성스러운 단어가 이리도 날 괴롭힌다.


잠을 자려 침대에 누워 47분의 시간 동안 요즘 날 괴롭히는 여러 일들로 오히려 뇌는 더 강하게.

내 신체에게 깨어 있으라 명령한다.


빌어먹을. 하루 종일 육체의 움직임으로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 하나 했건만.

이리도 날 도와주지 않는다. 머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무심한 것. 조금은 날 내버려 두어도 될 것 같은데.


뇌 한편에 잠잠히 묶어 놓았던.

걱정과 두려움이라는 녀석들을 풀어놓고 마음껏 뛰놀게 하다니.

한편으로는, 이렇게 글을 쓰게 하는 뇌의 한 부분은 칭찬할만하다.


하지만 이 문장들이 내가 정신과 육체가 온전한 상황에 적은 문장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은 된다.

이봐. 걱정이 벌써 활개 치며 돌아다니잖아.


벌써 걱정이다.


깨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잠들어 있다는 것과 같을 수 있다.

무심한 뇌 체계에 놀아나는 병신이 깃든 몸뚱이.

우리의 신체에 무엇이 깃들어 있든.


그 모든 것은 어차피 뇌의 소관이다.


<오늘의 묵상>


걱정을 비롯한 삶의 부정적 증거는 우리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현재의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보기보다는 부정적인 면에 자신의 삶을 맞추려 한다. 세상에! 우리가 사는 현재의 문명과 기술적 발전은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더욱 많은 것임에도 우리는 항상 가슴을 졸이며, 두려움에 갇혀 산다.


어쩌면, 산업의 진보가 우리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는 불행보다 행복한 것이 더 많은 시대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는 조금 더 행복과 번영 그리고 기쁨에 중점을 두고 살아갈 이유가 많음에도.

눈에 보이는 사진 한 장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에 하루를 망쳐버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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