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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픈 비건 Oct 03. 2020

든든한 아침 한 끼, 두유로 만드는 그릭 요거트

비건레시피 #2

채식을 하게 되면 가장 포기하기 힘든게 무엇일 것 같냐는 질문에 많은 친구들이 의외로 고기보다 유제품을 이야기 하곤해요. 지글지글 고기쯤이야 매일 먹는 것도 아니고 확 땡길 때 참아버리면 되는데, 버터나 치즈, 요거트 같은 음식들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주 먹다 보니 끊기가 어렵다고요.


놀랍게도! 식물성 재료만으로 버터, 치즈, 요거트 그리고 그 외에 많은 것들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 중에서도 오늘은 두유 요거트를 소개해보려고 해요. 두유 요거트는 동물성 요거트의 대체 식품이라기 보다, 두유 요거트만의 고소함과 높은 밀도로 든든함이 채워지는 정말 손색 없는 한 끼 아침이되거든요. 무엇보다도 집에서 만들기 너무너무 쉬워요. 이번 주말에는 두유 요거트로 하루를 시작해보세요.



재료: 두유 (실온상태), 식물성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 두유같은 경우는 순수 콩의 함량이 높아야지만 요거트가 잘 만들어져요. 매일유업에서 나오는 99.89% 두유가 저는 제일 잘 됐고요, 참고로 두유 중에서도 D3가 함유되어 있으면 엄격히 말해 비건제품이 아니예요. D3는 양의 털과 같은 동물성 원료에서 추출된다고 하네요. 일일히 알아보기 너무 번거롭죠? 얼른 한국에도 비건 마크가 흔한 지표가 되어서 제품만 보고도 쏙쏙 골라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두유는 실온에서 보관한 것이여야 해요. 냉장고에서 갓 나온 시원~한 두유는 발효가 잘 안돼요. 냉장고에서 꺼내셨으면 전자레인지에 1~2분 정도 돌려서 미지근~따뜻한 정도로 맞춰주시면 좋아요.


저는 매일유업에서 나오는 99.89% 원액두유를 주로 사용해요.


- 유산균 같은 경우에는 순식물성 프로바이오틱스를 구매하시면 되는데 꼭 캡슐 안에 가루가 든 형태이거나 가루형태여야해요. 일반적으로 제품마다 유산균 수가 적혀 있는데요, 유산균 50억마리 정도면 충분합니다. 저는 아이허브와 쿠팡 직구를 통해서 다양한 비건 프로바이오틱스 캡슐을 이용해봤는데 모두 잘 됐어요.


- 휴롬에서 최근에 비건 요거트 전용 유산균인 요거베리 비건 요거트 스타터라는 제품을 출시했어요. 해당 제품으로도 비건 요거트를 만들 수 있지만, 제가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어 본 결과 요거베리 제품은 온도조절이 중요해져요. 요거트 메이커를 사용해야지만 요거트가 잘 만들어지는데, 제가 요거트 메이커 없이도! 성공하는 방법을 드디어 알아냈습니다. 설명에 있는대로 전자레인지나 밥솥을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한 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성공한 방법은 아래 레시피에 공유할게요.



1. 두유를 다른 용기로 옮기지 말고, 뚜껑만 따서 그 안에 유산균(혹은 스타터)를 넣어주세요.

- 950ml 기준, 캡슐 3개를 넣어주면 됩니다. 열어서 안에 가루만 넣으셔야 해요.

- 요거베리의 비건 요거트 스타터 같은 경우에는 한 포를 넣어주면 돼요.



* 살균한 유리병에 옮기는 일은 번거롭기도 하고, 살균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요거트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이미 완벽하게 살균되어 있는 두유팩 자체를 이용하는 것이예요.


2. 뚜껑을 꽉 잠그고 위아래로 골고루 흔들어주세요.


3-1.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캡슐을 사용한 경우


실온에서 하루~ 하루 반나절 정도 발효시켜주세요. 햇빛이 잘 드는 창가도 좋고, 그냥 부엌 선반도 좋아요. 가만히 그냥 두기면 하시면 돼요. 개인적으로 하루 발효시키면 살짝 묽고, 하루 반나절이 넘어가면 과발효가 되서 조금 신 맛이 강해져요.


3-2. 비건 요거트 스타터를 사용한 경우


이유는 모르겠으나 요거베리 비건 요거트 스타터는 발효가 잘 되지 않고, 온도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해요. 그래서 요거트 메이커로는 성공하지만 설명에 나온대로  전자레인지나 밥솥을 사용하면 적절한 온도 유지가 되지 않아 실패할 경우가 많아요. 너무 뜨거워도 미지근해도 안되거든요.


비건 요거트 메이커의 원리를 그대로 이용해서 넓은 통에 스타터를 넣은 두유를 중탕합니다.



끓는물 까지는 아니고, 제일 뜨겁게 물을 틀어서 반쯤 채워 그 안에 두유를 통째로 담궜어요. 혹시나 뚜껑이 꽉 안 잠겼을까봐 뚜껑 닿기 전쯤만 물을 채우고, 뚜껑을 닫고 그 상태로 도톰한 옷으로 감싸서 창틀에 뒀어요.


이 방법을 사용하니 더 짧은 시간내에 발효가 됩니다. 8~12시간 정도면 요거트가 잘 만들어저요.


* 요거트가 잘 만들었는지 확인해보려면 두유팩을 위아래로 뒤집어보세요. 더 이상 액체느낌이 나지 않고 안에 덩어리들이 움직이는 느낌이 나면 발효완료!


4. 발효가 더 된 두유의 윗부분은 일자로 잘라서 엽니다.


너무 잘 만들어졌죠?


이 상태로 용기에 보관해서 드시면 살짝 부드러운 요거트 맛이구요, 꾸덕꾸덕한 그릭 요거트를 원하시면 다음 스텝까지 해주시면 됩니다.


(Optional)


5. 체에 받쳐 면보를 깔고 요거트를 탈탈 부어줘요.

6. 면보를 묶어서 한 번 짜내주고, 반나절~하루 정도 메달아두세요.



이렇게 메달아 두면 꾸덕꾸덕한 그릭요거트가 완성됩니다.


하루 꼬박 물기를 짜 낸 두유그릭요거트



이렇게 만들어둔 요거트는 냉장보관 하시면 일주일 정도까지 즐기실 수 있어요. 저는 매일 아침 먹다보니 항상 모자라서 처음에 잔뜩 만들어둬요. 요거트볼에는 견과류, 블루베리 같은 과일, 햄프씨드같은 슈퍼푸드까지 전부 잘 어울려요. 그치만 바쁠 때에는 꿀이나 아가베 시럽만 살짝 둘러서 먹어도 너무 맛있어요.


아가베 시럽은 동물성 제품인 꿀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시럽인데요, 꿀보다 묽어서 요리할 때 훨씬 편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벌들의 꿀을 빼앗지 않아도 된답니다!




두유 요거트는 동물성 제품과는 다른 특유의 고소하고 밀도 높은 질감 때문에 정말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어요. 한 번 두유 요거트에 빠지면 이제 다른 요거트는 아예 들어오지가 않아요. 두유 요거트를 활용하면 다양한 비건 프로틴 쉐이크, 비건 크림치즈, 비건버터 등을 만들 수 있어요. 이 레시피들도 하나하나 천천히 공유해볼게요.




한참 더웠던 것이 며칠전 같은데 요새는 하루 일교차가 커지고 아침 날씨가 서늘하네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 따뜻한 커피가 땡기는 계절이 오나봐요. 초복이 있었던 지난 7월 한 달간 국내 닭 도축량이 1억 마리를 넘었다고 해요.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지만, 지금 보다는 동물성 제품을 덜 먹을 수 있다고 믿어요. 내 식탁에 무엇이 올라갈지 우리는 모두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 오늘 하루도, 지구상에 모든 생명들이 고통받지 않는 날이 오길 꿈꾸며 어설픈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봅니다. 한 명의 완벽한 채식주의자보다 여러 명의 어설픈 채식주의자가 많아지길 바라면서, 두유 요거트 꼭 만들어 보시길..!



@imjinaaa

@wildsisters.official

Go Vegan!


https://www.youtube.com/watch?v=yQb2xaAOz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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