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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픈 비건 Dec 29. 2020

남의 뼈를 우리지 말자! 사골국 말고, 캐슈넛 떡국

비건레시피 #3

어째 다른 겨울보다 매서운 추위가 늦게 찾아오는 것 같지만 몇 주 뒤면 이런 배부른 생각은 하지 못하겠죠? 한국의 겨울은 정말 추워요. 원래도 국물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바람이 차가워지면 뜨끈뜨끈한 오뎅탕이나 콩나물국밥 같은게 막 땡겨요. 비건지향을 하고부터는 멸치육수를 먹지 않다 보니 밖에서 국물이 있는 요리를 사먹는 일은 아주 적어졌어요. 김치찌개, 해장국, 전골, 국밥.. 한국인들에게는 소울푸드나 다름 없는데 채식을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식탁 경험 몇 가지를 박탈당한 기분도 종종 들어요. 우리는 단순히 음식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움을 나누니까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해요. 박탈 당한 식탁을 채워줄 수 있는 더 귀중한 식탁이 나에게 찾아오고 있다는 생각이요. 비건지향을 하고 나서는 예전에는 주위에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채식 음식점들이 눈에 띄고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잘 먹지 않던 과자도 성분표를 뒤집어봐서 동물성 성분이 들어있지 않으면 괜히 사먹어 보게 되고 이 정보를 빨리 다른 비건 친구들에게 나누고 싶어져요. 


이제 저는 조금씩 새로운 식탁을 꾸려나갈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여전히 즐겁고, 여전히 맛있고, 그리고 윤리적인 식탁이요. 이 식탁이 채워줄 경험은 그 전에 식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믿어요. 공존을 꿈꾸는 모두를 위한 고통없는 식탁,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한 지구를 위한 식탁.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조금씩 변화하는 나를 위한 식탁.


다가오는 새해 다짐으로는 식탁에서 동물성 제품을 조금씩 줄여보는 건 어떨까요? 한 번에 다 하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히려 일주일에 하루만 채식을 한다거나, 의식적으로 '우유'는 제외하고 먹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나의 식생활 중 일부분부터 조절할 때 더 지속가능한 채식지향인이 될 수 있어요. 왜 다이어트도 너무 고되게 하면 요요가 온다고 하잖아요. 


함께 작은 한 끼로 시작해봐요. 올해 첫 시작은 동물뼈를 고아 만든 사골국물 대신, 고소하고 크리미한 캐슈넛 밀크로 만든 떡국은 어떨까요? 저도 전혀 기대하지 않고 만들어 먹었는데, 이렇게까지 크리미하고 깊은 맛이 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후추, 소금 양념만 살짝해서 대파를 송송 썰어 떡을 넣고 끓이면 캐슈넛의 풍미가 진하게 잘 느껴지는 맛있는 떡국 한 그릇이 완성된답니다!



재료: 캐슈넛1/2컵, 마늘2알, 떡국떡, 대파, 소금, 후추 약간


1. 믹서기에 캐슈넛1/2컵과 마늘 2알, 물 3과1/2컵을 넣고 곱게 갈아주세요.

믹서기가 강하지 않으면 캐슈넛을 하루 정도 물에 불리거나, 갈기 전에 끓는 물에 1분 정도 담궜다가 갈아주세요. 훨씬 부드럽게 잘 갈려요.

2. 캐슈국물을 냄비에 넣고 떡을 넣어 끓이고 소금으로 간을 해주세요.

3. 대파를 송송 썰어 위에 올려주고 후추를 살짝 뿌려줘요..


정말 너무 간단하지 않나요? 비건 세상에서 캐슈넛은 거의 보석과 같은 식재료예요. 우유를 대체해서 라떼를 만들어도 부드러운 크림이 잘 만들어지고, 발효해서 치즈를 만들어도 너무 맛있고, 넛밀크를 만들고 남은 펄프는 그냥 스프레드로 빵에 발라 먹어도 맛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캐슈국물로 떡국을 끓일 수 있다니..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올 한해는 조금 더 무해하게, 고통없는 식탁으로 시작해보세요 :)



* 레시피는 서정아의 건강밥상 유투브를 참고하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v6-82FQodE&t=1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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