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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픈 비건 Aug 18. 2022

와인, 비건이 아닐 수도 있다고?

거기에 그게 왜 들어가는데!

술이라고 전부 비건은 아니다


비건을 지향하는 삶을 살다 보면 의외의 제품에서 동물성 성분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술'이다. 음, 술이 비건이 아니라고? 우리가 흔히 마시는 맥주, 소주, 와인, 위스키 등등. 이러한 술을 만들 때에도 동물성 성분을 사용한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정확히 말하자면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동물성 성분이 '사용되지', 술 자체가 동물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술에 동물성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면 다른 모든 식품들과 마찬가지로 식품의약처의 규정에 따라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표시해야 하고, 우리는 술의 뒷면을 보며 달걀, 돼지고기, 소고기 따위가 함유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뱀술과 같은 술은 예외가 되겠다).


술이 비건이 아닌 이유는 다음과 같다. 

술은 만드는 과정에서 정제 과정을 거치는데 이런 과정은 술이 혼탁하지 않게 해 주고 불필요한 성분들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 필터링 과정에서 정제를 하기 위해 사용하는 첨가물이 바로 동물성일 때가 많다. 오늘은 술 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동물성 첨가물이 사용되는 와인의 비건 여부에 대해서 다뤄보려 한다.


와인, 그거 포도로만 만드는 거 아니야?



간단히 얘기하자면, 맞다. 와인을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발효시켜 만드는 술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와인을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우선, 와인은 Fining이라는 정제 과정을 거칠 때 다양한 첨가물이 사용된다. 이때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첨가물은 우유 단백질인 카세인과 젤라틴이다. 혹시 아직도 젤라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는 분은 없겠지?


귀여운 젤리를 만들 때 주로 사용되는 젤라틴은 주로 고기를 만들고 남겨진 돼지의 찌꺼기 피부와 뼈를 녹여 만들어진다. 앙증맞은 젤리의 겉 포장지를 뒤집어보면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거의 항상 돼지고기 함유 표시가 되어 있는 것도 젤라틴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서, 첨가물에 대해 더 얘기해보자. 또 다른 대표적인 첨가물은 계란 흰자 추출물인 알부민과 물고기의 부레로부터 얻어지는 부레풀이다. 부레풀은 맥주를 만들 때에도 자주 사용되는 첨가물이기도 하다. 이런 첨가물들은 와인의 탄닌감을 제거해서 쓴 맛을 제거하거나 불필요한 프로틴을 제거하여 와인의 혼탁현상을 방지한다.


이처럼 너무나 다양한 동물성 첨가물들이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와인을 비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예외도 있다. 이러한 동물성 첨가물들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첨가물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벤토나이트는 fining 단계에서 와인의 혼탁함을 제거해주는 식물성 첨가물이다. 


다행히도 와인의 비건 여부를 알려주는 사이트가 존재한다. Barnivore 사이트에서는 와인, 맥주 등 술 제품의 브랜드명이나 제품명을 검색하면 비건 여부를 확인해준다. 


https://www.barnivore.com/


비건 와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비건 마크를 확인하는 것이다. 와인을 만드는 전 과정에서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에만 받을 수 있는 비건 마크는 가장 간단하게 와인의 비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양한 비건 마크들


비건 와인이라고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또 다른 편법이 하나 있다. 바로 요새 각광받는 내추럴 와인을 구매하는 것이다. 내추럴 와인은 최대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수확하여 와인을 만드는 방법을 따른다. 대부분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은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날 것 상태의 와인을 만들어 내는데, 이런 이유로 내추럴 와인 내부에는 필터링이 되지 않은 가루가 가라앉아 있거나 때로는 와인이 다소 혼탁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내추럴 와인에는 '꼭 이렇게 이렇게 만들어야만 해'라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자에 따라 자유롭게 첨가물을 사용할 수는 있다. 결국 가장 정확한 방법은 와이너리에 문의하여 동물성 성분이 사용되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자주 헷갈리는 용어를 정리하고 가보자. 오가닉 와인, 내추럴 와인, 비오디나믹 와인. 이 세 가지 비슷한 듯 다른 용어는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오가닉 와인은 말 그대로 유기농 와인을 말한다. 주로 포도의 유기농적 생산에 초점을 맞춘 이 와인은 특정한 규정을 지켰을 때에만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인증 제도이다. 오가닉 와인 마크를 받기 위해서는 와인을 만들 때 첨가하는 첨가물이 일부 제한된다. 하지만 오가닉 와인을 만들 때 동물성 첨가물을 제한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오가닉 와인이라고 해서 비건 와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내추럴 와인은 위에 말했듯이 최대한 인공적인 공정을 거치지 않고 만드는 와인이다. 내추럴 와인은 비건일 확률이 높지만, 이렇다 하는 규정을 가진 와인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생산자에 따라 첨가물이 존재할 수 있고, 이 첨가물이 동물성일 확률 역시 배제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비오디나믹 와인. 비오디나믹 와인은 주로 내추럴 와인에 많이 붙어있는 마크 중 하나이다. 일종의 생태학적 농업 방식을 따라서 만들어진 와인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비료를 사용해야 하고 어떻게 포도를 수확해야 하는지 등, 땅과의 공생 관계를 고려한 규정들이 정해져 있다. 말만 들었을 때는 당연히 비건일 것 같은 이 와인, 절대 비건이 아니다.


비오디나믹 와인이 절대 비건일 수 없는 이유


출처: 네이처와인


비오디나믹 와인이 비건일 수 없는 이유는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가 아니라 포도를 키우는 과정에 있다. 비오디나믹 와인이 요구하는 비료 중에는 동물의 사체가 포함되어 있다. 소뿔, 송아지 창자, 사슴의 방광, 죽은 동물의 두개골 등 다양한 동물 사체를 필수 비료로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비오디나믹 와인은 엄격하게 말하자면 비건이 아니다. 


술과 비거니즘

어떻게 보면 술에서 비거니즘을 따진다는 것이 굉장히 빡빡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안에 들어가 있는지도 않은데, 비건이 아니라고?"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와인을 섭취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내가 동물성 성분을 먹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물 착취에 동참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와인 정제에 사용되는 젤라틴, 알부민, 부레풀 등의 성분이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는 뻔하게 알고 있다. 비료로 사용되는 소뿔과 동물의 내장이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는 확신할 수 있다. 그곳은 도축장이다. 눈앞의 죽음만을 기다리며 아우성조차 치지 못하는 곳, 결국 그곳에서 인간은 다시 한번 필요한 것을 얻어낸다. 


우리를 즐겁고 신나게 하는 술조차도 그 뒤에는 동물들의 고통이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서는 비건 와인과 관련된 간단한 워크샵이 준비되어 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다음의 '남의 집' 링크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https://naamezip.com/naamezip/10487?episodeId=18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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