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엔 이무진의 <누구 없소> 영상을 본다. 현생에 치여 마음이 복잡해지면, 언제부턴가 습관처럼 이 영상을 찾는다. 이 영상은 가수 이무진이 <싱어게인>에 등장해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보인 곡이다. <싱어게인> 최고의 무대 중 하나로도 꼽히는 이 영상의 현재 조회수는 1679만회에 이른다.(2021.02.16일 기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무명가수의 한 영상이 유명가수들도 쉽게 넘지 못하는 조회수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이무진이 <누구 없소>를 결승에서 불렀다면 우승을 했을 것이란 말을 한다. 그만큼 최고의 무대였다는 찬사일 게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그랬다면 이 영상은 전설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영상이 아직도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단지 이 가수의 실력에만 있지 않다. 그 밖의 여러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무명가수 63호는 마치 산 속에서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세상에 나온 듯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오랫동안 자르지 않고 방치한 듯 보이는 머리는 부스스했고, 다 늘어난 니트와 폭 넓은 바지를 입은 모습은 겉치레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런 그는 노래를 시작하기 전 유난히 반짝이던 눈빛과 결의에 찬 준비 자세를 보여준다. 보는 사람들까지 모두 몰입하게 만들던 그 집중력과 간절함.
'여보세요' 한 소절을 그가 입밖으로 내뱉은 이후 심사위원석에서는 무대를 보는 내내 탄성이 흘러나왔다. 기타 코드 변화가 무척 많은데도 거침없이 놀리는 손과 독보적이고 매력적인 음색, 노래 중간중간 배치된 마치 음악을 가지고 논 듯한 편곡, 여유있는 웃음과 개구진 표정은 단연 돋보였다. 드디어 무대를 마치고 후회 없이 모든 걸 쏟아냈다는 듯 환하게 웃는 얼굴과 이런 무대를 선사한 가수에게 기꺼이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심사위원들까지. 이 영상은 짧지만 이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를 완성한다.
63호가 유명가수였다면 이 무대는 단지 괜찮은 하나의 무대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생판 모르는 가수가, 스스로가 노란 신호등 같다며 자신감 없던 가수가 갑자기 무대를 시작하면서 눈빛과 자세가 변하고 그 짧은 노래 안에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재능과 끼를 적절히 분배해 드러내고 심사위원단의 환호를 받는 것까지.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졌다면 이 영상이 과연 레전드가 될 수 있었을까. 그렇게 무명가수 63호는 유명가수 이무진이 되었다.
이 무명가수의 찬란한 등장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 불을 당긴다. 누군가에게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지만 열정과 노력이라면 세상을 조금 놀라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내가 살아보고 싶었던 청춘의 모습으로 다가가 대리만족의 기쁨을 준다. 여기에 이 영상 조회수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이 영상의 마력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앞으로도 삶이 버겁다 느껴질 때마다 내 머릿속에는 이 영상이 떠오를 것 같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스물두 살 한 청년의 꿈과 도전, 그리고 성공까지. 그 희열의 순간을 목격할 때마다 나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영상은 그렇게 코로나 암울한 시대의 전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