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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뜰 Jun 13. 2024

나이들수록 여자를 빛나게 하는 건.


늘 비슷한 주제를 띄어 왔던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어느 날 최화정 님의 유튜브를 구독하고 난 다음부터 그분의 옛날 출연 영상까지 보여주기에 이르렀다. “옛다, 이놈. 매일 온라인 집들이랑 패션 하울만 보더니 잘됐다. 이젠 이것들을 보거라.”하고 올려준 최화정 님의 여러 영상 중에서 내 눈을 이끈 게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배우 고현정 님이 mc로 진행하던 <go show> 프로그램에서 윤여정 님과 최화정 님이 함께 게스트로 나온 부분이었다.


그 프로그램이 방송된 지 한 10년 정도 되었으니 두 분의 나이도 지금으로부터 약 십 년이 젊은, 외모에서부터 분위기가 지금보다 확연히 생기 있고 좀 더 들뜬 에너지가 담긴 모습이었다. 놀라운 것은 지금 봐도 촌스러운 기색이 하나도 없었던 점인데 그동안 두 분이 어떤 인생을 살아오신 건지 알만했다. 한 분은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다른 한 분은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시작하고 있는 중년여성으로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모습은 같은 업계의 동료들뿐 아니라 평범하디 평범한 우리 같은 대중들에게도 큰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대를 바라보고 있는 30대 여성인 나에게 앞으로 달려야 할 인생 장거리 마라톤 코스의 전략을 짤 수 있게 해 주었다.


약 15분 남짓한 영상을 보고 일주일 내내 고현정 님의 질문과 윤여정 님과 최화정 님의 대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인생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고현정 님이 여자의 인생에 관해 어떤 말을 했고 그 내용은 대략 잘생기고, 돈 많고, 유머 있고, 성격 좋은 남의 남편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이 있다는 거였다. 그 말에 윤여정 님은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있다면 일찍 죽었을 거라고 뼈 있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촌철살인은 화자의 말투와 살아온 인생이 담겨야 남들에게 잘 먹히는구나.”를 깨달으며 세상에 완벽한 건 없고, 또 세상에 공짜 없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냐, 못 받아들이냐에 따라 인생의 재미가 결정된다는 걸 배웠다.


영상 말미에 고현정 님이 “화려한 싱글로서 여러분은 노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라고 질문을 했다. 그리고 최화정 님은 간결하게 대답했다.



여자를 나이 들수록 빛나게 하는 건
진짜보석과 바른 자세래요.



아쉽게도 저 말을 하고 난 뒤 영상이 끝나서 어떤 설명을 더 하셨는지는 모르겠다. 여러 추측이 들지만 내가 해석해 볼 수 있는 건 단순히 돈이 많아서 진짜 보석을 갖고 있어야 한다기보다는 ‘진짜 보석‘ 하나쯤은 살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이 꼭 멋지고 화려한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정직하게 번 돈으로 스스럼없이 자신을 위해 멋지게 쓸 수 있는 마인드가 장착된 사람이라면 노후에도 얼마든지 멋있게 살 수 있을지 않을까 싶은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작금의 시대를 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름 모를 타인, 혹은 가까운 친구와 지인으로부터 비교되는 자괴감을 느낄 때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현재 30대 후반이라 아주 조금 비교의 눈금을 떼고 균형 잡힌 마음으로 살고 있지만 온전히 나를 위해 무엇을 투자하고 배우는 걸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때도 많다. 아마도 그건 내 미래에 대한 기대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나라는 사람을 못 믿어서 일수도 있다. 어쨌든 자기 인생을 앞으로 잘 꾸려 나가려면 이 태도부터 없애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나의 인생을 망쳐왔던 단점이 전부라고 믿지 말고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믿어보는 일!



삶은 계속 앞으로 간다. ‘GO’


시곗바늘은 성실하게 오른쪽으로 나아가지 왼쪽으로 되넘어가지 않고, 시간 또한 뒤로 BACK 할 수 없다. 즉, 인간의 인생은 앞으로 계속 나아갈 뿐이며 나이를 먹고 노화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명백한 사실이자 진실이다. 30대의 젊은 나는 40대가 되고 50대가 되어 60대 중년, 70세대의 할머니가 되리란 건 미래의 확실한 사실이므로 나이 든 내가 지금과 전혀 다른 라이프를 살아내기 위해서는  마음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을 멋있게 잘 살아내야지만 노후의 나도 멋있게 늙어갈 수 있다. 물론 이 말이 지금부터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들여 화려한 보석을 사고 사치품을 사다 나르라는 얘기가 아니다. 열심히 일을 해서 어른으로서 자립하고 아낄 건 아끼며 저축을 하든, 재테크를 하든 든든한 노후자금을 만들어 놓는 동시에 나를 위해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돈을 쓸 줄 아는 마인드를 갖춰놔야 한다는 얘기다. 지인을 보면 예전부터 아등바등 뭐든 아끼며 시간과 돈을 꽁꽁 싸매어 놓듯이 살아온 사람들은 좀 뭐랄까, 대화방식이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큰 차이를 느낀다. 자신을 옥죄어 사는 게 습관이 되어 버릇하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과 같은 행동과 생각을 바란다. 문제는 경제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여유가 생겨도 워낙에 살아온 태도가 있으니 쉽게 고치기 어려운데 그런 마인드라면 주위 사람들이 점점 없어지거나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만이 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진짜 보석’의 의미는 사는 동안 잘 가꾸어 온 태도와 마음씀씀이, 혹은 어울리는 아이템을 잘 갖춰 센스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마인드를 뜻하기도 하며, 수많은 액세서리로 치장하는 대신 자신이 마련한 것들로 중년의 차분한 분위기를 단정하게 갖추는 예의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사람은 늙으면 어쩔 수 없이 여러모로 추레해진다. 겹겹이 보이는 얼굴의 주름과 구부정한 등과 어깨, 휘청이는 걸음걸이는 신체의 약함에서 드러나는 자신감의 결여이며 몸이 힘들기 때문에 대충 입고, 대충 먹고, 대충 살아가는 일이 편해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보며 늙어가는 과정을 받아들이고 또 그럴수록 은은하게 자신을 빛내는 보석으로 겸손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바른 자세도 같은 맥락이다.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어깨와 가슴을 내밀어 당당한 위엄을 갖춘 노년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기품 있다. 그동안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어깨와 무릎 관절에 내려앉은 나이지만 그런 중력을 거슬러 꾸준히 해온 운동이 있다면 노화의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추고 활기찬 노후의 시간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담백한 마인드와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소란 떨 것 없이 어떤 상황이나 사건들 속에서 소박하고 담백하게 자신을 표현할 줄 알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건강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실패와 좌절이 밥 먹듯 이뤄지는 청춘이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면 그 좌절과 실패를 견디며 살아온 시간의 끝에서 아름다운 건 삶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단순함이다. 그건 아마도 타인에게 내보일 수 있는 나의 반짝임. 진짜에서 나오는 자부심. 내가 이루고 버리고를 반복하며 남은 것들에서 나의 진짜가 있다.


누구는 소장하고 있는 책 몇 권에서, 누구는 자신이 적어 내려온 일기장에서, 아니면 비싼 명품 코트를 입고 장을 보러 가는 누군가의 모습이 반짝일 것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진짜 보석은 말 그대로 나를 빛나게 해 줄 보석이거나 그 보석만큼 가치 있는 나의 something’s(무언가)일 테니..!


내게‘진짜 보석’은 뭐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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