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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Brown Jun 23. 2015

(소설) 공무도하

Bittersweet truth(2010.1.19)


 담담하다.

                               

수많은 관계들이 얽히고 설킨 이 삶의 장 위에서

사람들은 제각각 자기 살 길을 찾아 나아간다.

작가는 이들의 모습을

너무나 담담하게 그려낸다.

한 아이가 자신이 기르던 개에 물려 죽어도,

한국 결혼 시장에 자신이 오직 상품으로서 팔려와도

가난 때문에 자기 신장을 팔고 죽어가도,

담담하다,

기자가, 경찰이, 정부 사람들도.

하지만 그들뿐만이 아니다.

결국은 어머니도, 아버지도, 주변의 친구들도.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결국은 그치기 마련이고,

그들 또한 다시 그 상황에 맞추어 자기 삶의 길을 찾아 나아간다.

'나와 너'의 관계라고 믿고 있던 관계 또한,

약간의 시간과 함께 '나와 그것'의 관계로 변해간다.

야참거리를 사오라던 가볍고 무심하던 노목희의 목소리는

단지 그녀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우리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수도,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그럴 자격이 있는 이도 없다.

다들 어차피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티에서 끔찍한 재난 속에서 울부짖는 사람들을 보고,

어린 소녀 아이가 끔찍한 성폭행을 당해서 고통받고 있는 것을 보고,

가장 친했던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것을 보고,

우리는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며,

때론 이 거지 같은 세상을 향해, 그 뜻을 알 수 없는 모이라의 실장난을 향해 분노하기도 한다.

적어도 그 순간 동안은.

그리고

그 순간을 기억 어디 한 구석에 처박아놓고

다시금 자기 삶으로 돌아간다.

                               

매일 도로 위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어제의 사망자수와 부상자 수가 표시되고,

살인, 강도, 장기 매매 등의 사건이 뉴스에 나올 것이다.

가난으로 인해 울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나올 것이다.

매일 사람들은 출퇴근 길에, 혹은 집에서 그것들을 볼 것이고,

직장에서 혹은 집에서 다시금 자기 일에 열중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그 모든 것들을 흘려 보낼 것이다.

흘려보내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어쩌면 니미, 씨발, 좆도 같은 당직차장의 욕설 보다도 더 명료하게,

우리는 자신 밖 세계에서의 일들을 구분하고,

흘려보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장철수의 이 말이 머리 속에 웽웽 맴돈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 문제다. 시급한 현안문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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