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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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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Brown Jun 26. 2015

고대 대자보를 보고

2010.03.11.



루터는 19c 독일에서 교회의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였고,

그녀는 21c 대한민국 대학교 정문에 양심의 선언문을 붙인다.

그는 성서에 어긋나는 교회의 행태를 비판했고

그녀는 자기 실존에 어긋나는, 지금 이곳의 대학 사회와, 우리 스스로를 비판한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지위는 퇴색하고,

지식인이 아닌, 기능인만을 양성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무비판적으로 그 길을 받아들여왔고,

지금 그 길을 걸어가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아갈 것인 우리들은

내가 나다움을 얻을 수 있는 갓길들을 힐끗힐끗 살펴보기만 할뿐.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저 주어진 길을 그렇게 계속 걸어간다.

                               

안개에 쌓인 미래에 대한 불안,

그 불안은 자꾸만 발자국들로 가득찬 길들로 우리를 인도하고

게임과 술과 섹스와 의미없는 말들의 오고감을 통해

자기 자신의 눈과 귀를 스스로 마비시킨다.

                               

문제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만이 문제로서 인식되는

바로 그 인식이 문제다!

                               

당신의 마음 한 켠에 끊임없이 울부짖던 그 목소리,

그 소리와 함께한 당신의 용기 있는 실존적 선택에,

당신의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의 메시지가

오늘날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한줄기 말씀의 빛이 되기를,

그리고

그 높던 기둥에서 내려온 당신이,

고치를 틀고, 그 인고의 시간을 홀로 잘 견디어,

진짜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노오란 나비로 거듭나시기를,

간곡히,

그리고 정말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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