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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블리 May 26. 2022

신입 사회복지사의 눈물

어느 사회복지사 일기



선생님, 산다는 게 뭘까요?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처음으로 죽음을 마주한 후배

퇴근길, 입사한지 3개월 된 신입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흐느끼며 내 이름을 불렀다. 무슨 일이 있구나, 직감했다.     


후배는 장례식장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사회복지사가 된 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대상자의 죽음을 마주한 것이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보면 죽음을 마주할 때가 있다.

사고사, 고독사, 자살, 병환, 돌연사


세상과 이별하는 마지막 모습도 저마다 다르다. 어제까지 웃으며 만난 어르신이 다음 날 아침 딱딱하게 굳은 채로 나를 맞이했던 날도 있었다. 그들의 죽음에는 수많은 삶의 애환이 보인다.


돌아가신 어르신의 사유는 췌장암이었다. 사회복지사로 입사하고 여러 가정을 방문했는데, 후배가 만난 두 번째 가정이었다.


그는 오래전에 이혼했고, 수십 년간 자식과 연을 끊고 살았다. 그가 왜 이혼했고 어떤 이유로 연을 끊었는지 다 알 수는 없다. 사실 굳이 알아야 하는지도 나는 잘 모르겠다.


그의 예전 삶이 어떠했든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우리와 만나는 동안 그분의 삶이 잘 되길 바랄 뿐이다.     


앳된 20대 초년생, 젊은 사회복지사에게 죽음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처음으로 겪는 죽은 이의 모습은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 나도 그랬다.

잘 이겨내야 할 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트라우마 센터 상담을 받거나 휴가를 권하도록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겨내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다.


후배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사실, 이 순간에는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들어주었다.

그저 후배의 마음에 공감했다.


위로한답시고 어설프게 말하는 것보다 때로는 묵묵히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곤 한다.     


후배의 감정을 충분히 듣고 난 후에야 말했다.

  

“선생님, 처음 겪는 일이라 마음이 복잡할 거예요. 하지만 감정은 자연스러운 거예요. 내면 깊이 있던 감정이란 친구도 어렵게 선생님 마음에 가닿았겠지요. 세상 어느 것도 쉬이 생기지 않아요. 그러니 일부로 참아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울고 싶으면 울어요. 있는 그대로 선생님의 감정을 표현하세요.”


“내가 아는 그분은 아마 울고 있는 선생님을 보며 피식하고 웃으셨을 거예요. 하늘에서 평안하실 겁니다. 너무 오래 고생하지 않고 떠나는 것도 한편으론 다행이라 생각해요.”




오늘 아침, 후배에게 톡이 왔다.

자신의 감정을 곱씹고 잘 추스른 것 같아 다행이다.


#.  한편으론 눈물짓는 후배가 부럽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수많은 삶의 애환을 겪다 보니 점점 감정이 무뎌져 가는 것 같아 슬프기도 하다. 어쩌면 감정이 무뎌져 간다기보단 감내하는 힘이 세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순수함처럼 때로는 있는 그대로 나를 표현하던 그때 그 감정이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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