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일지, 못다 한 이야기 ①
“왜 그만둬?”, “갈 때는 있어?”
“뭐 먹고 살려고?”
네 번째 퇴사
이곳에 입사할 때가 서른셋이었으니 강산이 한 번 변했다. 10년간 나는 최선을 다했고, 젊은 날의 꿈과 열정을 오롯이 이곳에 쏟았다. 즐거울 때도 있었고 힘들 때도 있었다. 그렇게 열정을 쏟고 채우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채워지지 않은 것이다. 채워지지 않으니 더는 열정을 쏟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퇴사하기로 했다.
퇴사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10년 전 이곳에 올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19호봉 과장 경력을 받아줄 곳이 흔치 않을뿐더러 지방은 좀처럼 자리가 나질 않는다. 어느새 마흔둘, 초등학생 두 딸을 둔 아빠. 사십 대 가장이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퇴사를 결심했을 때, 갈 곳을 정하고 나가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맞다.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렇지만 에너지가 빠질 대로 빠진 상태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은 내게 더 힘든 일이었다. 그저 월급만 받고 일하는 것은 스스로 괴롭게 하는 일이었다. 그런 나를 잘 아는 아내가 먼저 퇴사를 권했다. 처음엔 정말 그래도 되나 싶었지만, 그런 아내가 참 고마웠다. 퇴사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퇴사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채워지지 않음’이었다. 인생을 사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에너지를 쏟는다. 일과 사람, 육체적 정신적으로 내 안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쏟아낸다. 자동차에 기름이 떨어지면 다시 채워야 달릴 수 있듯, 사람도 마찬가지다.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채우지 못했다. 바닥난 자동차가 멈춰 서듯 나도 멈춰 서야 했다.
퇴사 일지 ⑤ '퇴사하기로 했는데 입사 제안이 왔다.'
퇴사 일지, 못다 한 이야기 ④
퇴사, 못퇴사, 못 다한 이야기 ③ 다한 이야기 퇴사, 못 다한 이야기 ③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