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못다 한 이야기 ③
회사에 사직 의사를 밝힌 뒤, 틈틈이 커뮤니티에 퇴사일지를 쓰고 있다. 주로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쓴다.
SNS는 개인의 사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여러 사람이 보는 공유 공간이다. 공개된 커뮤니티에 퇴사 글을 쓴다는 건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글은 전체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데 혹자는 일부분만 보고 주관적으로 해석할 때가 있다. 그로 인해 글쓴이의 의도와 달리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마치 퇴사를 자랑하듯 동네방네 얘기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글은 흔적이 남지만, 말은 흔적 없이 왜곡되기 쉽다. 그러므로 기관에 실례되지 않도록 단어 하나에도 신중히 글을 쓰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곳에서 지낸 시간은 내겐 너무나도 행복한 추억이다.
물론 신념을 지키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은 사람과 사회를 돕는 일이고, 정답이 없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신념이 부딪쳐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근본을 바르게 세우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그 속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모른다. 의미 있는 한 걸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에는 언제나 좋은 동료가 옆에 있었다. 그래서 가능했다. 그들과 매일 치열하게 고민하며 꿈꿔온 소중한 일터였다.
단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지금이 아니면 다시 느끼지 못할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싶었다.
나는 말을 잘못하는 편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입으로 내뱉기까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말보다 글로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글을 쓰다 보면 그때 느끼지 못한 감정을 오롯이 담을 수 있고 글을 읽으면서 머릿속이 정리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내면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가수 아이유는 서정적인 가사와 노랫말로 사람들에게 울림을 준다. MC 유재석은 수려한 입담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풍경 사진과 여행 사진을 좋아하는 독일의 사진작가 킬리안 숀베르게(kilian schonberger)는 환상적인 순간을 렌즈에 담아내곤 하는데, 한 장의 사진으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처럼 저마다 방식으로 자기 내면을 표현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나는 글로써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왜 사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답을 한다.
‘우리 사회를 이롭게 만들기 위해 산다.’
우리 사회를 이롭게 하는 일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다. 이 땅에 사는 동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사회를 이롭게 하는 데 힘이 되고 싶은 것이 나의 사명이다.
그동안 일터와 삶에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 약자도 살만한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며 살아왔고, 20대 신입 사회복지사 때부터 그 과정을 꾸준히 글로 기록해왔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같은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누군가 내 생각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을 것이다.
나는 글이 주는 힘을 믿는다.
나는 가치를 먹고 사는 사람이다.
2022. 9. 24.(토)
#퇴사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