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일지, 못다 한 이야기 ④
일일 왕복 80km, 10년간 어림잡아도 20만km를 매일 다닌 길이다.
출근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농촌 마을의 풍경이 참 좋았다. 퇴근길 집으로 돌아오는 노을은 매일 새롭고 아름다웠다. 그 모습이 얼마나 황홀했는지 가던 차를 세우고 해가 질 때까지 바라본 날이 많았다. 행복이 따로 없었다.
이제 이 길로 다닐 날도 내일이 마지막이다. 마지막 근무 날이 가까워져 올수록 지난날 추억들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아쉬움이겠지. 한 번 더 눈으로 담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가던 길을 멈추고 지는 해를 바라본다.
출퇴근길에 즐겨듣던 음악과 농촌의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었다. 어떤 날은 흥에 겨운 노래로, 어떤 날은 잔잔하고 차분한 노래로, 또 어떤 날은 희망에 가득 찬 노래로 그날그날 내 마음을 다잡게 했다.
이제 익숙하고 편한 길을 두고 낯설고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서울살이가 그랬고, 인천살이가 그랬고, 김제로 내려올 때도 그랬다. 도전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했고, 기대를 품게 했다. 그러면서도 문득 찾아오는 긴장과 불안은 감정을 요동치게 만들곤 했다.
삶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다.
그 길이 어디든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도 내 몫이다. 세상 어느 것도 쉬운 일이 없고, 이것이 정답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웠다. 어떤 길로 걸을지 신중하되, 스스로 선택한 삶을 후회하지 않는 것, 이것이 그동안 살면서 중요시해온 나름의 철학이다.
삶의 주인공은 나니까.
2022. 9. 26.(월)
#퇴사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