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떠오른 생각
구독자 100만 유튜버가 한순간 실수로 문을 닫고,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기업 회장, 정치인, 너나 할 것 없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한순간 실수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자신만 모른 채.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사람들에게 알려질수록, 소위 그 분야에 널리 알려진 셀럽일수록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자만(自慢), 교만(驕慢), 거만(倨慢), 오만(傲慢)이다.
자만(自慢): 자신이나 자신과 관련 있는 것을 스스로 우쭐거리며 뽐냄
교만(驕慢): 잘난 체하는 태도로 겸손함이 없이 건방짐
거만(倨慢): 잘난 체하며 남을 업신여기는 건방진 태도
오만(傲慢): 태도나 행동 따위가 방자하고 건방짐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은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기준을 요구하는데, 이런 사회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곧 도태되거나 외면받기 십상이다. 이는 유명인의 삶뿐만 아니라 일상 속 개인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는 나도 마찬가지다.
자주 찾던 고깃집이 있었다. 사장님이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손님에게 맛이 어떤지 묻기도 하고, 직접 고기를 구워주실 정도로 친절했다. 무엇보다 혀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고기 맛이 일품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식당에 손님들로 북적였다. 사장님이 잘되는 것 같아 내심 흐뭇했다.
그런데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사장님은 손님을 가려 받기 시작했다. 아이를 데려오는 손님보다 어른 중심으로 예약받는 것이었다. 마치 돈 되는 손님을 우선하는 것처럼. 적어도 내 눈에는 사장님이 초심을 잃은 듯했고 그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맛도 중요하지만, 이전에 손님의 마음을 살피던 사장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맛이 있어도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나 역시 다를 바 없는 인간이다.
처음 강의 의뢰를 받을 때만 해도 겸손하게 마음과 정성을 다했다. 책을 출판했을 때도 초판이 품절 될 정도로 나름 복지 분야에서 인기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내 가치를 알아주는 것 같아 기뻤다. 그런데 점점 나를 알아주고 찾는 사람이 많아지니 어느 순간 내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의 교만한 모습을 지켜본 선생님은 그날 이후 두 번 다시 나를 찾지 않았다.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후였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가 있고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도 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잠시 잘 나간다고 우쭐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스로 잘한다고 느낄 때, 뭐든 해낼 것 같은 자부심이 넘칠 때, 자신도 모르게 자만하게 되고, 교만이란 놈은 불현듯 찾아온다. 교만해지는 순간, 거만과 오만이 몸을 지배하는 건 순식간이다.
어젯밤 아내가 말했다. 요즘 내가 너무 이상하다고, 마치 대단한 사람처럼 군다고. 20년 넘게 봐온 내 모습이 아니라고 했다.
처음엔 아내의 말이 기분 나쁘게 들렸다. 비꼬는 것처럼 거슬렸다. 그런데 곰곰이 돌이켜보니 이직 후 내 마음이, 내 말과 행동이 그렇게 변하고 있었다. 자만하고 교만하고 거만하고 오만해져 가고 있던 것이다.
잠자리에 누워 아내의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반성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더 늦기 전에 일깨워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곤 아내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당신은 현명한 아내다.
주변에서 칭찬하고 알아주고 세워줄 때,
네 가지 ‘만(慢)’을 경계하자.
자만, 교만, 거만, 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