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님의 간단 레시피 - 매운 소고기뭇국
어릴적부터 나는 익힌 무를 정말 싫어했다.
단무지나 치킨무처럼 달달 새콤하게 양념을 한 무나, 깍두기 총각김치 등의 무김치는 정말 좋아했지만
익힌 무는 식감이 너무 물컹해서 편식을 했다.
나이가 들면서 먹을 수 있게 된 음식 재료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재료가 바로 무다.
소고기뭇국에 맛을 들이면서 익힌 무를 먹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생선에 곁들여 먹는 무조림이나갈비찜에 들어가는 무 등, 소고기뭇국을 제외하고는 다른 익힌 무 요리는 모두 먹지 않는다.
대부분의 무 요리를 먹으려면 나이도 몇 살 더 먹어야 하나 보다.
소고기뭇국은 으레 서울식 하얀 소고기뭇국과 경상도식 빨간 소고기뭇국으로 나뉜다.
서울식 소고기뭇국은 나에겐 좀 특별한 음식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하고 곧이어 바로 눈 아래가 빠르게 뜨거워진다.
서울식 소고기뭇국에 대한 일화는, 쓰고 있는 에세이 시리즈 중 한 편으로 조만간 남겨 보려 한다.
오늘의 주인공은 언제든 편한 마음으로 만들 수 있는 매운 소고기뭇국이다.
콩나물이 들어가지는 않기 때문에 경상도식 소고기뭇국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소고기를 두툼 큼직하게 숭덩숭덩 썰어 만드는,
육식주의자를 위한 소고기뭇국이다.
두툼하고 큼직한 소고기가 매력인 매운 소고기뭇국 만들기
국거리용 소고기 300g
무 한 토막
대파 반 대
청양고추 1개
다진마늘
고춧가루
국간장
참기름
참치액
소금
후추
식용유
(필요할 경우) 소고기 다시다
(필요할 경우) 화유
1. 소고기는 큼직하고 두툼하게 썰어 놓습니다.
- 찹스테이크만한 크기로 썰면 좋아요.
- 국거리용 소고기를 구매할 경우, 잘게 썰린 제품이 아닌 비교적 큼직한 덩이들이 들어 있는 상품으로 골라 주세요.
- 고기는 핏물을 미리 빼 놓지 않습니다. 잡내에 민감하신 분이라면 핏물을 빼셔도 괜찮지만, 저는 육식주의자라서 그런지 핏물 빼면 맛이 없더라고요.
2. 4센티미터 높이로 자른 무 한 토막을 준비하고, 네모 모양으로 썰어 주세요.
- 큼직한 무 한 통을 토막내는 건 꽤 무섭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토막난 무를 사지요.
- 껍질을 벗긴 무를 가로 세로 2.5~3.5센티미터 정도, 높이는 0.5센티미터의 직육면체 모양으로 썰어 주세요.
3. 대파 반 대와 청양고추 한 개를 어슷 썹니다.
- 대파는 흰 줄기 부분을 위주로 사용합니다. 그래야 국물이 더 시원해요.
- 청양고추를 꼭 넣어야 국물이 칼칼해요.
4. 냄비에 식용유를 살짝 두른 뒤, 소고기와 다진마늘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국간장 1큰술, 참기름 2큰술을 넣고 볶습니다.
- 불이 너무 세면 고기가 탈 수 있으니 중불로 살살 볶아 주세요.
- 소고기의 겉면이 얼추 익으며 표면에 핏기가 가셨다 싶을 때까지 볶아야 합니다.
- 이때 참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요. 소고기를 몇 개 집어먹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5. 냄비에 물을 600ml 넣고, 물이 끓으면 무를 넣어 줍니다.
- 강불로 팔팔 끓이다가, 무를 넣은 이후부터는 중불-중약불로 줄여서 오래오래 푹 끓일 거예요.
6. 국간장 반 큰술, 참치액 1큰술을 추가한 후 무가 반투명해질 때까지 끓입니다.
7. 썰어 놓은 대파와 청양고추를 넣고 약불로 조금 더 끓입니다.
8. 소금으로 간을 맞춘 다음 불을 끄고 후추를 조금 넣습니다.
- 오래오래 잘 끓였다면 맛이 없을 수가 없는데요. 혹시나 소고기 등급이 좀 낮다면 맛이 밋밋할 수 있습니다.
- 그럴 때엔 소고기 다시다를 소량 추가하면 바로 맛있어집니다.
- 반주를 계획한 경우라면 화유를 살짝 둘러 줍니다. 불맛이 풍기며 소주와 잘 어울리거든요.
9. 큼직한 소고기가 돋보일 수 있도록, 너무 크지 않은 크기의 국그릇에 담아 냅니다.
일이 유난히 바쁜 날 저녁, 푹 끓여 소주 한잔 기울이면
하루 동안 쌓인 피로가 싹 날아가게 만드는
육식주의자의 피로회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