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인류사에 중요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진화론을 통해 과학혁명을 일으킨 사람이다.
역사 속에서 진화의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아니었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 클래스(Empedocles, 기원전 490~)는 만물은 흙, 공기, 불, 물의 4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자연의 모든 것이 이 네 가지 원소의 혼합물이라 주장하며, 그렇기에 “생명이 계속해서 모습을 바꾼다.”라는 생각을 세상에 퍼트렸고, 기원전 50년에는 로마의 철학자 루크레티우스(Lucretius Carus, Titus)는 <만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통해 “모든 생물 발생의 가장 큰 특징은 유기체의 생식 과정이고, 식물이나 동물의 모든 종은 자연법칙과 변화과정을 보여주는 모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인간 사상의 역사에는 이미 진화론과 같은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왜 그들의 주장은 기억하지 못하고 오직 다윈만을 기억하며 인류사의 중요한 발견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그 대답은 간단하다. 과거 그들의 주장은 철학적 사고에서만 머물렀고 오직 다윈만이 그 사상을 과학적으로 입증했기 때문이다. 다윈이 그 당시 이전의 사상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는지를 떠나서 말이다.
이처럼 인류사에서도 어느 하나의 창의적 발견이 구체화하여 영향력이 발휘되기까지는 어느 것도 처음 일 필요가 없다. 자칫,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무에서 유를 만든 최초의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어느 것도 처음일 필요가 없다.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 1968~)의 책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Where Good Ideas from>는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에서부터 위성을 통한 GPS의 발명에 이르기까지의 700년간의 역사 속에서 탁월한 아이디어 200개를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며 탁월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환경을 ‘인접 가능성’, ‘유동적 네트워크’, ‘느린 예감’, ‘뜻밖의 발견’, ‘실수’, ‘굴절 적응’, ‘플랫폼’이라는 7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리 속에서, ‘느린 예감’을 소개하는 부분에 찰스 다윈의 이야기가 있다.
책에 따르면, 다윈은 자서전에는 맬서스(Malthus, Thomas Robert, 1766~)의 <인구론>을 읽다가 자연선택 이론을 떠올렸다는 내용으로 진화에 관한 통찰이 한순간 떠오른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거의 한 세기 동안 맬서스의 통찰로 인하여 다윈 이론의 뿌리가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었다 한다. 하지만, 1970년대 초, 지식 역사학자인 하워드 그루버(Howard Gruber)가 다윈의 방대한 노트들을 연구한 결과, 다윈 이론의 핵심 요소들은 ‘맬서스’의 이론을 접한 1838년 전에 이미 그의 노트에는 자연선택 이론의 핵심 개념들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사이 다윈은 과학적 증명의 부품은 다 갖추고 있었지만,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들지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며, ‘멜버스’ 이론을 만난 뒤에도 다윈은 자신이 확립한 이론의 중요성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몇 개월이 지난 1838년 11월에야 명확한 아이디어를 갖게 됩니다.
다윈이 갈라파고스에 머물렀을 때 쓴 노트 대부분은 지질학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러다 1937년이 되어서야 다윈은 ‘종의 변이’와 ‘갈라파고스의 종’이라고 이름 붙인 노트를 쓰기 시작하며 둘을 연관 짓게 되었다 한다.
진화론에 대한 다윈의 창의력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오랫동안 잠재되어 고민하던 내용이 그저 의식 밖으로 나온 것이란 거다. 그리고 그것을 흔히 순간의 번쩍이는 아이디어(A-Ha Moments)라 하는 것이다. 아니, 진화론 자체가 우리 인류사에 다윈에 의해 갑자기 다가온 것이 아니라 고대 철학자로부터 꾸준히 이어온 잠재된 철학의 개념이 다윈에 의해 세상에 선명하게 알려진 것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