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아델라이드(루피타 뇽오)'는 16년 전, 트라우마를 겪은 산타크루즈 비치로 가족여행을 가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별장에 자신과 남편, 아이들들과 똑같은 모습을 한 살인마 집단이 침입하고, 가족들은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싸워나간다.
<겟 아웃>으로 잘 알려진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어스(Us)>는 ‘정체불명의 살인마가 침입한다.’는 슬래셔 무비의 전형성을 기반으로 호러 장르의 모든 공식을 아우른다. 공포와 서스펜스는 적당하되, 유혈 묘사는 적당선에서 멈추며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이 정도만으로도 훌륭한 상업영화로 여길 수 있지만, <어스(Us)>의 이야기는 일개 슬래셔 무비에서 그치지 않는다. 서사의 흐름이 진행되는 동안, 얼핏 단순해 보였던 슬래셔는 오컬트와 도시전설, 좀비 아포칼립스로서의 세계를 흡수하며 이를 자본주의 사회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서 주제를 확장시킨다. 만약 영화의 섬뜩함이 스탭 롤 이후에 선명해진다면, 이는 영화의 결말 자체 보다도 영화가 가리키는 세상의 이면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