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해방감을 느끼다
싱크대를 마저 닦는다. 전입신고를 한다. 그리고 페이스북 알고리즘에 빠져 헤엄을 친다. 그러다가 허리가 살짝 당기니 침대에 냉큼 누워버린다. 하지만 나를 터치하는 사람은 없다. 주변을 신경쓸 필요도, 내일을 신경쓸 필요도 없다. 나는 독립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본가에서 누가 나를 괴롭히거나 못살게 군 건 아니었다. 다만 나를 너무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고, 가족들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놀고 싶어하는 것을 알기에 약간의 의무감으로 거실에 앉아있었다. 방에 10분 이상 있으면 방 안으로 고개글 빼꼼 내미시고는 뭐하냐고 물어 보시는 부모님이었고, 20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통금은 존재했다. 가끔은 좀 귀찮기도 했지만 다 나에 대한 관심이고 어디서도 받지 못할 과분한 사랑인 것을 알기에 이따금 귀여운 짜증을 내며 답답함을 풀며 같이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아침엔 내 마음대로 일어나서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쓰면 되고, 공간의 구성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특히 우리 가족은 '식食'이 굉장이 중요했기 때문에 밥 세 끼는 꼭 챙겨먹어야 하고, 때를 맞춰 밥을 같이 먹었다. 아주 가끔 소화가 안되면 건너뛸 수는 있지만, 따로 먹거나 혼자 다른 메뉴를 먹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독립을 했고, 내가 원하는 때 일어나고 배고프면 밥을 먹는다. 루틴도 생겼는데, 주말 아침에는 일어나서 2시간 공복 운동을 하고 아침점심 겸 첫 끼를 먹는다. 그것도 배부르고 알차게.
비록 아직 짐정리도, 인테리어도 다 되지 않았고 나의 밥상은 주문한 식탁이 오기 전까지 남자친구가 이사 도와줄 때 사온 12개입 휴지 이지만, 이런 해방감 자체가 나에게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벅찬 행복감으로 다가왔다. 물론 내가 없으면 조금 더 투닥거릴 세 가족이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나를 위한 용기와 비용을 들여 이십 몇 년간 같이 살던 가족과 따로 살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독립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