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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키 Jul 16. 2023

작고 무용한 것의 매력

일상에선 소외 받는 것들의 아름다움

나온 지는 꽤 됐지만, 이제야 보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극 중 캐릭터 김희성의 이런 대사가 있다. 


“난 이리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봄, 꽃, 달”


‘무용하다'


이 드라마를 봐서 그런지 최근 내가 자주 듣게 된 단어. 사전에서 뜻을 찾아보니 ’쓸모가 없다‘라는 꽤나 충격적인 뜻을 가졌는데 그럼에도, 아니 그랬기에 나는 이 단어에 더 마음이 끌렸다.


살면서 거의 처음 들어보는 단어여서 인 것도 있지만, ’ㅁ‘과 ’ㅇ‘로 이어지는 부드러언 발음도 좋았고 쓰면서 생각이 났는데 마치 ’춤을 추다'의 '무용'같기도 한 것도 낭만적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단어의 뜻이다.


쓸모와 효율이 우선시 되는 평상시의 삶에서는 쓸모가 없는 것은 보통 외면받는다. 예를 들어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이라던가, 목적한 무언가를 하는 데 불편한 도구라던가. 반면, 시각을 조금만 돌리면 많은 무용한 것들은 대체로 아름다운 것을 지칭할 때도 어울린다. 예를 들어 내가 이번 여름 휴가에서 본 풍경, 풍경에서의 꽃과 바람과 소리,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한 것들. 효율만 추구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이렇게 무용한 것들을 접하다 보니, 그런 것들을 잔뜩 접하는 것 만으로도 쾌감이 몰려왔다. 정말 아무 계획도 없었고, 태평하게 앉아 일상의 기준에서 보면 '시간을 낭비하며' 보냈었으니까. 도심에선 들은지 오래된 매미가 항상 저만치서 울고 있었고 새가 정말로 상큼하고 어여쁘게 ‘지저귀고’ 있었다. 


‘무용하다’ 앞으로 그런 순간과 풍경들을 더 찾고, 사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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