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족은 무사한가요

아니, 모두가 온전히 무사한 가족도 있을까요?

마음의 힘이 소진되면 이런저런 강연을 찾아 듣는 것을 좋아한다. 삶이 매 순간 아름답진 않지만 아름답게 포장된 말들로 소진되어 비어버린 공간들을 채우면 조금은 꽉 찬 사람이 된 것 같은 그 기분이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일상에서 가장 포근한 사람들은 가족이며, 마음에 가장 많은 생채기를 내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엄마다. 스스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말을 더욱 날카롭게 깎아내 준비하는 것처럼 깊고 쓰라리게 박힌다. 그곳에 '가족이니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과 같은 반창고를 붙이고 곪기 일쑤다. 

이번엔 우연히 육아와 관련된 강연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예쁘고 미운 감정들이 1초에 수십 번씩 오가는 그런 마음을 아직 이해할 수는 없지만 연사님의 말은 나의 상태에 마치 처방약 같았다. 엄마가 자식에게 뱉는 말들의 대부분은 잘됐으면 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과 같은 어여쁜 모습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입에서 쏟아지는 그 언어들이 어떠한 모양이든 엄마들은 마음을 기억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모양을 오롯이 받아내야 하는 자식들은 말만 기억한다. 아, 머리가 댕-했다. 마음만 기억하는 엄마와 말만 기억하는 자식들 사이에는 수많은 흉터가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각자의 마음과, 서로의 말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관계에 풀리지 않은 매듭이 하나도 없이 아주 매끄러운 결을 가진 사람은 없다. 사실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나는 없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중 부모와 자식 간의 풀리지 못한 매듭을 가진 사람들이 아주 많다. 제대로 풀지 못한 부모와의 매듭은 먼지 쌓인 채로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다가 자녀와 나 사이에서 불쑥 나타나곤 한다고 한다. 어째 풀어보려 할수록 더 꽁꽁 묶이는 것 같은 건 아마도 양쪽에서 당겨야 풀리는걸 나만 당기고 있기 때문이려나. 낳기도 전에 내 아이라는 존재와 나 사이에 나타날 매듭이 벌써부터 무서워진다. 

피가 섞이지 않은 누군가에게서 받은 상처는 집에 들어가기 전 주차장 한 구석에 두고 갈 수 있다. 가족이기에 훌훌 털어지지가 않고 되려 더 깊게 파고든다. 상처를 주는 사람이 가족일 때 치유하는 방법은 어디에서 배워야 할까. 나는 종종 아무리 열심히 나이를 먹어도 엄마를 뛰어넘을 수 없는 내가 무능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