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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ree Nov 02. 2022

마음에 새긴 생일선물

제주에 다녀온 밤

점심은 내가 좋아하는 중식 볶음면으로 먹었고 작고 아담하지만 예쁜 트리도 샀다. 남편의 출혈로 일궈낸 생일 선물과 흐릿한 무지개, 한입마다 행복한 오마카세까지 완벽한 하루였다. 같은 집에서 출발해 같은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이 사실 아직도 익숙하진 않다. 낯설고도 기분 좋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 딸기가 가득한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소원을 한 다섯 개쯤 빌었다. 늘 해마다 같은 소원이지만 지금의 행복을 지킬 수 있다면 다른 건 필요치 않다는 생각이었다. 첫 번째는 항상 가족의 안녕과 건강이다. 눈을 감고 첫 번째 소원을 떠올릴 때마다 아빠가 아려온다.


그 밤 꿈에 아빠가 나왔다. 요즘 들어 꿈을 자주 꾸는데도 잘 나와주지 않던 아빠였는데 내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아빠가 앉아있었다. 우리 집에서 엄마 집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분명 그 길이었는데 도착한 곳은 제주도 해변이었다. 안이 훤히 다 보이도록 맑은 물에 발을 담가보자며 나를 이끄는 아빠의 손이 조금 더 생생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함께 맨발로 바다를 거닐다 덜컥 잠에서 깼다.


성인이 되고서 아빠와 제주도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동생이 대학교에 가고 나면 여행도 많이 다니자던 아빠는 동생이 고등학교 2학년이던 해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생일선물로 함께 제주도를 가는 기억을 꿈에서나마 남겨주셨나 보다. 매해 생일이면 백만 배 행복하라고 말해주던 아빠, 아빠 덕분에 올해도 행복한 생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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